대중문화 속의 의료기기 이야기 - 30회

● 대중문화 속의 의료기기 이야기 - 30회

고질라 VS 메카 고질라 VS 콩(feat. 공산품은 약하다)

▲ 임 수 섭
LSM 인증교육원 대표
의료기기 법정 품질책임자 및 RA 자격증 교육 강사

공기를 짓이기는 크로스 카운터-! 철도 차량보다 두꺼운 '고실라(Godsilla)'의 꼬리와 컨테이너 박스보다도 큰 '꽁(Ggong)'의 주먹이 각각의 안면을 동시에 후려쳤다.

카아악-!! 통렬한 울음과 함께 두 거대 괴수가 삼성역 사거리 위에 같이 쓰러졌다. 쿠쿵-!! 신장 120m, 중량 10만 톤의 '괴수의 신' 고실라와 신장 100m, 중량 8만 톤의 ‘괴수의 제왕’ 꽁이 동시에 쓰러지자, 삼성역 사거리 도로는 쩍쩍 갈라진 것도 모자라, 아스팔트가 거꾸로 뒤집히며 산산조각이 났다. 자욱한 먼지와 콘크리트 가루가 트레이드 타워 위까지 치솟았다가 지면에 내려앉았으나, 두 괴수는 미동도 없었다.

그때, 옆의 40층 빌딩 하나가 반으로 촥- 갈라지며 무너졌다. 뿌연 돌가루와 먼지 사이로 섬뜩한 핏빛 안광과 함께 모습을 드러낸 것은… "메카 고실라(Mechagodsilla)-?!" 인간 중 누구보다 고실라의 선의를 믿는 소녀 '린 러셀'과 인간 중 유일하게 꽁과 소통하는 또 다른 소녀 '지유'가 동시에 경악했다. 메카 고실라. 쓰러진 두 괴수 이상의 덩치와 완력, 악마라 불렸던 최강 외계 괴수 '낑기도라(Gging Gidorah)'의 두뇌와 정신 그리고 인간의 탐욕으로 점철된 과학기술이 뒤섞인 혼종 기계 괴수였다.

크아아-!! 적임을 본능적으로 감지한 고실라가 일어나 아가리를 벌렸다. 웅웅- 하는 기묘한 소음과 함께 주변 공기가 급격하게 고실라 입 주위로 빨려 들어갔다. 아토믹 파이어! 1억℃의 은청색 광선이 고실라의 입에서 방출됐다. 이에 맞서 메카 고실라의 입에서도 이를 상회 하는 기운의 흑적색 광선이 발사됐다. 콰콰쾅-!!! 두 열선이 마주치며 폭발하는 순간, 삼성역 주변의 건물들이 태풍에 뽑혀나가는 나무처럼 사방으로 튕겨 나갔다. 찰나의 팽팽함도 잠시, 메카 고실라의 열선이 고실라의 그것을 밀어냈다. 결국 메카 고실라의 열선에 아가리와 머리에 타격을 입은 고실라가 뒤로 쓰러졌다. 카오오-!! 그 사이, 정신을 차린 꽁이 공공의 적을 향해 거대한 주먹을 날렸다. 고실라와 대결이 괴수의 정점인 ‘알파 몬스터’의 자리를 두고 싸운 순수한 라이벌전이었다면, 눈앞의 기계 괴수는 지구를 멸망시킬 수 있는 순수악 그 자체이기 때문이었다. 콰콰콰쾅-!!! 허나, 메카 고실라 전신의 장갑이 개방되면서 수 백발의 미사일이 전탄 발사돼 꽁의 전신을 강타했다. 털에 불이 붙은 채로 튕겨 나간 꽁의 심장을 향해 끝에 대형 드릴이 달린 메카 고실라의 꼬리가 박히려는 순간이었다.

“KTL(Korea Tactics for Liberty)-! 서지 내성(Surge Immunity)포를 발사하라!!” 어디선가 들려온 낭랑한 음성과 함께 나타난 KTL 로고가 있는 엔지니어 복장의 남자가 그 음성에 대답 하듯이 외쳤다. “타격 레벨, IEC61000-4-5 서지 내성 시험 급으로!” 그 엔지니어가 든 총에서 레벨 4, 개방회로 시험전압 4kV의 강력한 전자기파가 발산됐고, 그것을 맞은 메카 고실라의 꼬리가 더 나아가지 못하고 지면에 고꾸라졌다. “KTC(Korea Technology Combat)-! 버스트 내성(Burst Immunity)파를 발산하라!!” 또다시 들려온 예의 낭랑한 음성. “발포 위력, IEC61000-4-4, 전기적 빠른 과도현상 내성시험 수치로!!” 이를 받으며 KTC 로고가 그려진 연구원 복장의 남자가 소리치면서 들고 있던 총을 쏘았다. 메카 고실라의 전원포트, PE와 입출력 신호, 데이터, 제어포트 각각에 전압 첨두치 4kV, 반복률 100kHz와 전압 첨두치 2kV, 반복률 100kHz의 고주파가 적중하자, 메카 고실라의 양팔이 지면을 향해 축 늘어졌다. “KTR(Korea anti-Terrorism Revolution), 네 차례다!!” 다시 나온 낭랑한 음성을 뒤로하고, KTR 로고가 새겨진 경비복을 입은 남자가 그 음성에 화답하듯 소리치며 쥐고 있는 총의 방아쇠를 당겼다. “발산 출력, IEC61000-4-8, 전원주파수 자기장 내성(Power-Frequency Magnetic Field Immunity) 시험수준으로 발사-!” 레벨 5, 자기장 세기 100A/m의 강력한 자기장 폭풍이 메카 고실라의 양다리를 휩쓸자, 다리가 풀린 것 같이 메카 고실라가 무릎 꿇었다. “KCL(Korea Collaboration for human Love), 지금이다-!!” 어김없이 나온 낭랑 음성의 남자의 외침에 부응하듯, 모습을 드러낸 KCL 오버록이 박힌 양복을 입은 남자가 메카 고실라 옆으로 달려가더니, 들고 온 전원 플러그를 메카 고실라 몸통에 달린 콘센트에 꽂았다. "충격 강도, IEC61000-4-11, 전압 강하, 순간 정전 내성(Voltage Dips, Short Interruptions and Voltage variation Immunity)시험 위력으로!" 300주기 동안 80%의 전압강하와 300주기 동안 0%의 순간정전이 메카 고실라의 전신을 급습했고 그것은 파르르 격하게 몸을 떨더니, 움직임을 멈추었다. “마무리다!” 패기 있는 음성과 함께 삼성역 8번 출구로부터 119m 떨어진 7층 건물에서 모습을 드러낸 낭랑 음성의 남자. "격발 세기, IEC61000-4-2, 정전기방전 내성시험 위력으로-!!"그가 쓴 안경 뒤의 눈동자가 번뜩이며 꺼낸 것은 송곳 같은 것이 끝에 붙어 있는 권총. 한달음에 메카 고실라의 머리 위까지 올라간 그가 메카 고실라의 머리에 권총의 송곳 끝을 갖다 댔다. "악귀여, 지옥행 급행 몬스터버스(Monster Bus)를 타거라-!" 그가 방아쇠를 당기려는 순간, 꺼져있던 메카 고실라의 눈이 적빛으로 다시 켜지더니, 기습적으로 광선을 발사했다. 남자는 재빨리 몸을 뺐으나, 권총을 들고 있는 오른팔이 그을리고 말았다.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왼손으로 권총을 옮겨 잡은 그가 메카 고실라의 눈에 대고 방아쇠를 당겼다. "왼손을 거들 뿐-!! 가라! ESD(Electrostatic Discharge Immunity) 건-!!!" 파지지직-!! 권총 끝의 송곳이 8kV의 스파크를 일으키며, 메카 고실라 눈의 강화 유리를 박살 내고 내부 회로를 태웠다. 텅-!! 전원 나가는 소리와 함께 메카 고실라 전신에 켜져 있던 LED 액정과 전구가 꺼고, 메카 고실라는 미동도 없이 완전한 침묵에 빠졌다.

"정말 대단해요! 작은 총만으로 메카 고실라를 잡다니요?!" 남자에게 달려온 린 러셀과 지유의 물음에 남자가 답했다. "이유는 간단해." “뭔데요?" "메카 고실라는 공산품이야. 공산품은 전자파에 약하고. 정말 강한 건…" 낭랑 음성 남자가 말미에 남긴 말에 두 소녀의 얼굴은 다시 의문으로 채워졌다. "의료기기지. 식약처 승인받은…." 그 말과 함께 남자는 등을 돌렸다. "잠깐만요, 이름이라도 알려주세요." "더블에스" "미국 사람이에요?" "아니, 본명은 수서…" 다다다다-!! 그가 본명을 말하려는 순간, 굉음과 함께 날아온 헬기가 그의 음성을 가로막았다. 그가 단 한 번 점프로 30m 상공의 헬기 위에 올라탔고, 헬기는 빠르게 두 소녀의 시선으로부터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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