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 표준대리점계약서 제정을 돌아보며

● 유통구조개선 TF - 방향성과 계약서 제정을 돌아보며

유통구조개선TF 방향성은 ‘국민의 건강과 안전'
의료기기 표준대리점계약서 제정을 돌아보며

▲ 박 수 현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유통구조개선TF 간사
공정경쟁관리팀장

지난 한 해 유통구조개선 TF의 가장 큰 성과라고 하면 의료기기 표준계약서 제정과 더불어 의료기기 산업의 오랜 염원 사업이었던 병원 간납사의 불공정행위 실상을 정부에 알리고 일부 개선 안에 대한 방향설정을 추진했다는 점이다.
노력에 대한 결실이 맺어지듯 표준계약서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반영돼 제정 발표됐고, 업체가 간납사의 불공정행위로 인한 피해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의료기기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이와 같이 국회를 포함한 사회 각층의 노력이 드디어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그간 유통구조개선 TF가 추진했던 1년 성과와 의미에 대하여 간략히 설명하고자 한다. 

의료기기 표준계약서 추진 배경 
의료기기 표준계약서 제정이 가시화된 시점, 어느 기업의 대표님에게 표준계약서에 대한 여러가지 설명을 하던 중 돌아온 답변은 계약서의 내용이 너무 어려워 지키기가 어렵다는 점이었다. 본인의 회사는 해외 본사가 정한 국제적 기준과 국내법을 모두 준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15페이지로 제정된 표준계약서가 어렵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위의 사례가 아니더라도 표준계약서의 추진배경과 내용은 대다수의 회원사가 궁금해하는 부분일 것이며, 이에 대한 설명이 필요할 것이다.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유통구조개선 TF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의료기기를 지정하여 표준계약서를 추진하게 된 배경에는 3가지가 있다. 
첫째, 공정한 거래 환경 조성이다. 개별 회사마다 법률적 지식이 모두 같지 않고, 정해진 기준도 모두 다르며, 개별 요구사항도 천차만별이기에 누구나 공정하다고 수긍할 수 있는 기준 설정이 필요했다. 따라서 유통구조개선 TF에서는 여러 방안을 검토하던 중 표준계약서의 도입을 추진하게 됐다. 
기존에 정부가 마련한 계약서는 당사자 간에 부당하다고 여겨지는 내용들을 어느 정도 객관적인 기준으로 마련해,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가장 큰 의미가 있다.
둘째, 갈등을 줄이고자 했다. 업체 간 서로 다른 이해관계로 인해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법률적 해결을 위한 고소·고발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미 협회는 의료기기 거래에 관한 공정경쟁규약 제정 및 심의를 통해 의료기기 유통거래 투명성 향상에 이바지하고 있지만, 현장에서 발생하는 여러 사안에 따른 문제 발생에 대해 모두 대처할 수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계약 당사자 간의 입장 차이로 인해 갈등이 생길 경우, 양 사 합의를 위해 표준안을 참고해 해결하고자 한다면 상당 부분 오해와 갈등을 불식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신뢰에 기반한 상거래 환경을 구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현재 의료기기 산업의 사회적 기여도가 높은 만큼 우리 산업계는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표준계약서 도입을 통해 의료기기 산업계 갈등과 분쟁이 줄어든다면, 문제 발생 시 받을 수 있는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줄이고 산업계가 발전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
셋째는 간납사에 대한 부분이다. 표준계약서 도입 추진 시 상당히 큰 비중을 차지한 이유지만 업계에서 간납사의 불공정행위로 겪는 피해 수준에 비해 정부 부처가 인식하는 문제의 심각성은 크지 않았다. 이유는 간납사의 개념이 상당히 특수하고 어렵기 때문이다. 
일부 기업의 근거 없는 통행세가 불공정행위로 적용받았던 사례를 토대로 동일하게 준용해 규정하고자 했다. 하지만 간납사의 불공정행위는 최종 수혜자가 의료기관, 즉 비영리기관이며 실거래가 상한제라는 국가보험체계로부터 만들어진 특수한 가격구조에서 나오는 편법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해석이 어려워 정부 유관기관 회의에서 간납사의 개념을 설명하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다 가버리는 사례도 있었다. 
이번 표준계약서 도입을 통해 일부나마 간납사에게 계약서를 요구할 수 있는 공신력 있는 근거가 생겼으며, 이를 행정적인 절차에 적용할 수도 있으므로 향후 간납사 관련 대응에 법적 근거로 삼을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왼쪽부터 법무법인 세종 김주연, 홍수희 변호사, KMDIA 유통구조개선TF 유철욱 위원장, 김용관 위원이 온라인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다.

‘법무법인 세종’과 회원사의 눈높이 
협회가 여러 노력을 통해 상당한 성과를 거두는 데는 위원장님과 여러 회원사의 노력이 가장 컸지만, 외부자문 기관의 도움 또한 중요하게 작용했다. 
유통구조개선 TF는 간납사와의 회의를 통해 유통구조 개선작업을 진행하던 중 위원회의 역량을 넘어선 법률적 해석에 대한 전문 지원의 필요성을 느꼈다. 관련 법에 대한 전문가를 물색하던 중 법무법인 세종의 헬스케어팀이 적극적인 의지를 표명했다. 
‘법무법인 세종’은 전 의료기기안전국장인 주광수 고문과 의료기기법 전문가인 헬스케어팀의 홍수희 변호사 그리고 전통적으로 공정거래법에 강한 특성을 보유하고 있는 김주연 변호사가 업무를 담당하고 있어 협회가 원하는 법적 자문에 대한 자격을 골고루 갖추고 있다고 판단했다.
결과적으로 법무법인 세종의 적극적인 도움을 받아 표준계약서 제정이라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빠르게 거두게 됐으며, 이를 산업계에 널리 알리기 위한 세미나까지도 협회와 공동으로 주관해 개최하게 됐다. 
지난 12월 개최된 의료기기 대리점 표준계약 세미나 역시 업계에서 느끼는 법률적 해석에 대한 어려움을 반영하고자 세종에서 주도했으며, 총 시청 수 560회에 육박하는 참여로 성공적인 성과를 거두었다. 또한 온라인 개최임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다양한 질문과 함께 세미나 후에도 발전적인 토론이 이어지는 계기가 됐다.이례적으로 세종의 대표이사님의 인사말까지 기획된 세미나에서 의료기기에 대한 세종의 의지를 볼 수 있었으며, 세미나 진행 중 세종의 변호사팀과 협회 유통구조개선 TF가 현장 질문에 대한 답변을 마련하고자 열띤 토론을 통해 답변자료를 마련해 세미나 전체에 높은 완성도를 보였다. 
세미나 후 조사된 만족도 조사에도 참여자의 90% 이상이 만족한다는 답변을 했으며, 이후 관련 사항에 대한 추가적인 세미나 개최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전체 세미나를 기획한 법무법인 세종의 홍수희 변호사는 ‘협회와 공동 진행한 세미나에 대해 헬스케어 팀장으로서 산업계의 실태를 이해하고 어떤 요구가 있는지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계기가 됐다며 "이후 산업계의 유통구조 개선을 통한 투명성 확보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좀 더 고민해 보겠다" 답변했다.

▲왼쪽부터 협회 유통구조개선TF 유철욱 위원장, 법무법인 세종 김주연, 홍수희 변호사, 협회 유통구조개선TF 김용관 위원, 법무법인 세종 석근배 변호사가 세미나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질의응답에 대한 답변과 의미
약 400명에 육박하는 참석자만큼이나 반응이 뜨거웠던 세션은 질의응답 시간이었다. 일반적으로 웨비나에서는 참여자의 질문이 없었던 과거의 이력을 볼 때 상당히 이례적으로 약 40여개의 질문이 온라인 채팅창으로 들어와 참여자의 10% 이상이 질문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질문의 내용을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적용대상이다. 표준계약서의 적용대상은 공급업자와 대리점 사이의 거래를 모두 포괄해 적용되므로 일반적인 의료기기 형태를 반영할 때 대부분 대리점법의 적용을 받는 것으로 이해돼야 한다. 단, 대리점법 3조 1항에 근거해 공급업자가 중소기업일 때는 적용을 받지 않는다. 역시 대리점이 중소기업이 아닐 경우에도 적용을 받지 않는다. 이는 대리점법의 취지가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데 있다고 이해한다면 쉬울 것이다. 
둘째, 경영간섭에 대한 내용이다. 대리점 계약 시 공급자 입장에서는 거래처 현황이나 가격 혹은 담당자 등을 강제해 계약서에 넣는 경우가 많다. 기본적으로 강제된 내용 중 판매 가격은 영업상 비밀에 해당하나 이외의 거래처나 물품 내역 등의 내용은 다른 경로를 통해서 얻을 수 있어 비밀이 아니라는 입장을 공정위에서 판단한 사례도 있다. 하지만 사안별로 공개된 정보인가, 강제해 획득한 정보인가를 포괄적으로 판단해 결정하는 만큼 거래당사 간의 합의가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셋째, 영업지역에 관한 제한이다. 산업계 입장에서보면 영업지역의 제한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처분을 언론에서 접하고 있는바, 이번 표준계약서에 영업지역에 대한 조항을 보고 상당한 혼란을 줬다. 
이는 세미나 과정에서 김주연 변호사가 별도 설명을 했음에도 세미나 직후 많은 질문이 나왔다. 요약하자면, 영업지역 제한이라는 금지 규정이 있다. 하지만 예외적으로 인정되는 경우와 인정되지 않는 경우는 다음과 같다. 양자 간의 합의와 편의에 의한 강제적 제한이 아닌 경우는 인정받을 수 있지만, 이를 침해하여 불이익을 받거나 엄격한 제한을 두는 경우 ‘공정거래법상 구속조건부 거래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처벌한 사례가 있는 만큼 상당히 주의해 적용해야 한다. 
쉽게 설명하자면, 영업지역을 계약서에 명기할 수는 있지만 영업지역 위반에 대한 강제 처벌 조항이나 불이익이 있으면 안 된다는 의미다. 현장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정의하고 있는 조항이 현실적으로 어려워 가장 쉬운 방법은 계약서 작성 시 영업지역을 넣지 않는 방법이 있다고 하며, 부득이하게 기입해야 할 경우에는 개별 사안에 따라 법적 자문을 통해 계약하는 것이 안전하다는 의견이다.  
영업제한은 소비자의 선택권을 침해한다고 보기보다는 넓은 의미의 취지가 있는 만큼 단순히 계약 당사자 간의 합의를 넘어서는 의미가 있다. 
이 밖에도 다양한 질문들이 있었으며 자세한 내용은 협회 홈페이지-자료공유 게시판에 질의 응답에 대한 답변을 게시해 누구나 확인할 수 있다. 
법무법인 세종의 김주연 변호사는 세미나 이후 “의료기기 산업계의 많은 관심과 참여에 감사를 전하며, 질문에 대해서는 사안에 따라 바로 답변을 드릴 수 없는 부분이 있어, 가능한 쉽게 답변하려 했지만 미흡한 면이 있을 수 있다”며 아쉬움을 밝혔다. 
덧붙여, 질문은 단순하더라도 여러 상황에 따라 실제 답변이 달라질 수 있어 가능하다면 전문가의 자문을 받는 것이 공정거래법에서는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각 조항에 대한 취지를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추가적인 질문에 대해서는 이후 다른 기회들을 통해 의료기기 산업계와의 소통의 시간을 갖는 방안도 고려하겠다고 했다. 

글을 마치며 
의료기기 분야의 간납사 문제, 유통구조 개선, 표준계약서 도입은 모두 공익을 위한 협회의 활동이었다. 유통구조개선 TF의 간사로 활동하며 느낀 점은 의료기기 산업은 다방면으로 고도의 지식과 이해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의료기기 산업은 공공사업의 성격을 갖고 있지만, 실상은 일반 시장에서의 거래 형태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간납사 역시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하는 건강보험의 제도를 이용해 생겨난 것처럼 다른 시장경제에서는 인정받을 수 없는 형태이다. 협회 위원회 활동에 있어 다수의 호의적인 분들도 있지만 반대의 목소리 또한 존재한다. 결국 국민과 다수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에 대한 고민이 유통구조개선 TF의 출범 목적이 아닐까 한다. 
지난 13일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간납사의 불공정행위를 근절하고자 마련된 의료기기법 개정안이 등록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특수관계인 거래제한, 공급내역 신고의무 전가금지, 대금결재기한 명시, 표준계약서 신설 등이 반영됐다고 한다.
앞으로 해결돼야 할 사안이 많겠지만 소기의 성과가 산업계와 국민에게 도움이 되고 공정하고 투명한 거래구조에 기여한다는 의미에서 향후에도 유통구조 개선을 위한 업계 노력에 발맞추어 소임을 다하고자 한다.
이제 유통개선TF는 지난 1년간의 성과와 함께 위원회로 격상될지에 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 올해 역시 회원사의 목소리를 담아 더 나은 성과를 갖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왼쪽부터 법무법인 세종 주광수 고문과 협회 유통구조TF 유철욱위원장이 세미나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주 고문의 아낌없는 지원은 협회 유통구조개선TF 활동에 큰 힘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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