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이재운, 출판사 노마드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우리말 잡학사전

미국의 한 아동학 관련 논문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논문의 주제는 부모의 언어능력에 따라 아이가 구사하는 단어의 개수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일상에서 아이와 대화하는 과정에서 주고받는 어휘가 아이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범죄 수사기관에서 대화 내용만으로 상대방의 학력이나 출신 등을 분석하는 기법도 있으니 언어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일상 생활에서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흔히 사용하는 말 중에 그 어원이나 정확한 뜻은 무엇일까를 고민해 보면 전혀 모를 때가 많다. 언어 자체가 문화의 한 부분이라 오랜 시절 내려오다 보니 원래의 발음이나 철자가 달라져서 모르는게 당연할 수도 있지만 어떤 단어의 경우에는 사용되는 환경에 따라 그 정확한 뜻을 알고 사용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용어 중 '미망인'이라는 단어가 있는데 뭔가 느낌은 고급 어휘라는 편견이 있다. 일반적으로 남편을 여의고 혼자 된 여인을 높여 부르는 말로 알려져 있지만 실상은 중국의 춘추전국시대에 순장제도로 인하여 남편과 같이 무덤에 묻혔지만 죽지 않고 살아나온 사람을 지칭하는 말이었다고 한다. 의미를 생각한다면 한 번 더 생각하고 사용해야 할 단어이다.

이처럼 함부로 사용해서는 안 되는 말 중 '엿먹어'라는 말도 본디 뜻과는 상당히 완화된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 '엿'이란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니며 노래와 춤판으로 연명했던 남사당 패들의 은어였다고 한다. '엿'이나 '뽁'이란 말은 여성의 성기를 의미했고 먹는다는 것은 성행위를 지칭하는 그들만의 은어였는데 세월이 가면서 엿이 끈적여서 먹기 어렵다는 의미로 오해되어 상대에 대한 가벼운 야유를 뜻하는 의미가 됐다고 한다.

남사당패의 은어 중에 잘 사용되는 또다른 말이 '얼른'이라는 말이 있다. 주로 요술이나 마술을 의미하는 말로 남의 눈을 속이기 위하여 빠르게 손을 움직여야 하므로 '빠른' 이라는 의미로 굳어졌다고 한다.

지금 와서는 모르는 사람을 지칭하는 말로 '아저씨'나 '아주머니'가 있다. 아저씨란 삼촌이나 외삼촌을 이르는 말로 '아재'라고 하는데 여기에 존칭이 붙어 '아재씨'가 '아저씨'가 된 말이다. 친족을 높여 부르는 말이지만 지금은 시대에 뒤떨어진 나이 많은 사람을 낮춰 부르는 의미가 되었다.

아주머니는 여러 설이 있는데 작다는 의미의 '앗'과 '어머니'가 합쳐서 작은어머니란 뜻을 가진 말로 삼촌의 댁을 지칭하는 친족 호칭이라고 한다. 다른 하나는 아우라는 의미가 어머니와 결합하여 아우뻘 되는 어머니로서 어머니보다 나이가 어린 친한 여성을 부르는 의미였다는 설도 있다, 두 가지 모두 존칭의 의미를 갖고 있지만, 지금에 와서는 일반 기혼여성을 총칭하여 아주머니라는 의미를 갖게 되었다.

다른 호칭의 예로 '마누라'가 있다. 조선시대 '대비 마노라', '대전 마노라'처럼 마마와 같이 극존칭으로 사용하던 말이 신분제도가 무너지면서 조선 후기에 늙은 부인이나 자신의 아내를 가리키는 말로 사용되었고 지금은 허물없이 자기나 친구의 부인을 지칭하는 말로 사용되고 있다.

새끼라는 호칭은 시아우를 가리키던 '시아기'가 변하여 사용되고 있는 말로 '시아기'란 본디 남편의 아우인 시동생으로 이르는 말이었으나 오늘날은 본디 뜻은 모두 사라지고 갓 낳은 어린 생물이나 욕으로 사용되고 있다.

우리는 흔히 남녀가 한가정을 이루게 될 때 남자는 '장가를 간다', 여자는 '시집을 간다'라고 한다. 순수 우리말로 국어사전에 나와 있지만, 장인, 장모의 장에서 유래된 말인 것을 유추할 수 있는데 이는 여자의 경우 시댁 집에 간다와 대비시키면 그 어원을 알 수 있다. 민며느리제와 데릴사위제의 영향을 받아 사용되던 말이 결혼한다는 일반적인 의미로 바뀌었다.

아이들이 자주 사용하는 말 중에 '수리수리마수리'라는 말이 있다. 마법의 주문으로 알고 있는데 불경 중 하나인 천수경에 나오는 구절이라고 한다. 거의 모든 의식에서 사용되는 경전으로 입으로 지은 죄를 깨끗하게 씻어낸다는 뜻을 의미한다. 산스크리트어로 '수리'는 길상존이란 뜻이고 '마하'는 크다, '수수리'는 지극하다, 사바하는 원만한 성취를 의미한다. 이 말을 해석하면 '길상존이시여 길상존이시여 지극한 길상존이시여 원만한 성취하소서란' 뜻이고 이 문구를 세 번 외우면 입으로 지은 업을 씻어 낼 수 있다고 한다. 어원이 갖는 심오한 뜻과 다르게 지금은 마술의 주문처럼 장난스럽게 사용되고 있다.

이처럼 불교 경전에서 유래하여 자주 사용하는 말 중에 '도로아미타불'이 있다. '도로'란 헛수고를 뜻한다. '아미타불'은 극락세계의 부처님을 뜻하는 것으로 아미타불이 되기 위하여 열심히 노력했지만 삶 속에 욕심과 고민으로 언제든지 공든 탑이 무너질 수 있다는 의미로 '도로아미타불'이라는 말이 생겼고 지금은 열심히 노력한 일이 실패했을 경우를 희화화하려 사용하는 말이 되었다.

종교를 지칭하며 흔히 사용되는 말 중에 '가톨릭'이 있다. 천주교라고도 하는데 유독 원어 그대로 사용되는 종교의 이름이다. 마틴 루터에 의한 종교개혁이 이루어지고 구교인 가톨릭과 신교인 프로테스탄트가 생기면서 기독교는 둘로 나누어진다. 의미는 보편적이라는 의미로 종교의 가르침이 어디에나 동일하게 적용된다는 의미를 지닌다.

아이가 심하게 보채는 것을 말할 때 '뗑강'이라는 말을 쓴다. 간질의 일본말인 전간의 일본어 독음이 '덴칸'이다. 예전 질병에 대한 원인을 몰랐을 때 지랄병이라 하여 이성이 마비되는 증상을 지칭하던 것이 의미가 변하여 행패나 억지를 부릴 때 사용하는 말로 변했다. 어원 자체가 일본어라 점차 사용하지 않는 말로 변하고 있다.

'소라색'도 우리말인 줄 알지만, 일본어에서 유래된 말이다. 한자의 하늘을 뜻하는 공이란 말이 '소라'라고 발음되어 하늘색을 의미한다. 역시 일본어에서 유래되어 현재는 사라지고 있다.

여의도 주변을 뜻하는 말 중에 '윤중제'역시 일본에서 온 말이다. 일본어 '와주테이'를 한자로 그대로 읽은 것이 윤중제가 되었고 강에 있는 섬에 둘레를 처서 둑을 쌓은 것을 의미한다, 우리말로 방죽이라는 말로 더 많이 사용되고 있다.

'무데뽀' 역시 일본어 한자 '무철포'에서 나온 말로 아무 데나 막 쏘는 대포를 의미한다고 한다, 무모하거나 예의라고는 하나도 없는 사람을 지칭하는 말로 막돼먹은 사람을 지칭하는데 우리말인 무작정, 무턱대고, 모호하다로 사용될 수 있는 말이다.

'혜존' 역시 일본에서 유래된 말로 간직해 달라는 청원의 의미가 있다. 우리말로 누구에서 삼가 드린다고 바꾸어 사용할 수 있는 말이니 의미가 더 잘 전달되는 우리말로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도무지' 역시 의미를 생각하면 사용하기 쉽지 않은 단어다. 도모지란 조선시대 사형을 시키는 형벌 중 고통이 덜한 벌로 창호지를 얼굴에 붙여 질식 시켜 사람을 죽이는 형벌을 뜻하는데 손발이 묶여 고통스러워도 어쩔 수 없을 때를 빗대어 도무지란 말이 나왔다고 한다. 아무리 노력해도 어쩔 수 없는 경우를 뜻한다.

책을 쓴 이재운은 1958년생으로 청양에서 태어나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1991년 소설 토정비결은 300만부이상을 팔린 밀리언 셀러로 토정 이지함선생의 운명론을 작품화하여 대성공을 거뒀다. 한국인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다양한 해석으로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이책은 2018년 6월 노마드에서 처음 책을 만들어 냈다.

[기고자 소개]

이태윤
자유와 방임을 동경하고 꾸준한 독서가 아니면 지능이 떨어진다고 믿는 소시민이며 소설과 시에 난독증을 보이는 결벽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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