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시대의 디지털 헬스케어 발전 방향과 개선점

● 의료기기산업 미래를 향한 연속 제언 ③

디지털헬스케어 플랫폼 활용한 환자 중심 의료서비스 확대전략 필요 
비대면 시대의 디지털 헬스케어 발전 방향과 개선점

▲ 류 규 하
성균관대학교
삼성융합의과학원
의료기기산업학과 교수

헬스케어서비스 수요 증가 불러온 코로나 19

코로나19로 촉발된 뉴노멀 현상은 디지털 경제를 더욱 가속화시킬 것으로 예상되며, 기업은 온라인 사업모델로의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헬스케어 분야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대표 키워드는 모바일 헬스케어 등 디지털헬스케어일 것이며, 디지털헬스케어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로 자리 잡고 있다. 이는 코로나19 이전에는 헬스케어 서비스의 대상이 환자, 고령인구 위주였으나,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건강한 사람도 언제든지 환자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지는 등 헬스케어 서비스의 수요자가 확대되었음을 의미한다.

디지털헬스케어는 의료전달체계의 효율성을 높이고 개인맞춤 의료구현을 목적으로 탄생한 건강관리시스템과 디지털 기술의 융합 산물이며, 환자가 직면한 건강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솔루션과 서비스 등 정보통신 기술을 이용한다. 디지털헬스케어 분야는 고령화의 가속화와 만성질환자 수 증가에 따른 공공 및 개인의 의료비 지출 부담을 헬스케어 산업 전반의 효율성 및 효과성 개선을 통해 줄이도록 하는 시장의 요구에 따라 임상적용이 확대되고 있다. 또한 과거의 치료・병원 중심에서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 빅데이터 분석,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IoT), 클라우드, 가상·증강현실, 웨어러블 기기, 로봇, 블록체인 등 다양한 첨단 융복합 의료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진단・예방・예측・환자 중심으로 의료 패러다임이 급격하게 변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 보건의료시스템에서는 병원, 제약·의료기기 업체, 보험회사, 환자 등 치료중심의 한정적인 이해관계자로만 구성되어 있었으나, 의료 패러다임이 진단・예방・예측・환자 중심으로 변화함에 따라 건강관리 전문서비스사, 통신사, 바이오센서 포함 웨어러블 기기 제조업체, 헬스케어앱 솔루션 제공자 등 다양한 신규 이해관계자가 모여 새로운 생태계를 구성하게 되었다.

정밀의료로 환자 맞춤 진료 가능해져

생명현상과 질병에 대한 이해도 향상으로 유전체 정보가 축적되면서 중증· 난치성 질환의 발병원인이 유전자 수준에서 규명되고 있으며,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으로 질병관리방법 등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어 헬스케어 관련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발병을 예측하고 건강을 관리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수요자의 다양한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기술간 융복합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어 AI가 접목된 컴퓨터 보조진단은 영상진단의 정확성을 향상시키고, 조기진단을 실현시키고 있다. 특히 혁신적인 차세대 유전체 염기서열분석(Next Generation Sequencing, NGS)기술과 디지털헬스케어 기술 등이 융합한 개인맞춤형 정밀의료 헬스케어시스템이 떠오르고 있다.

정밀의료는 다양한 요인과 질병의 생물학적 근거를 파악해 질병과 예후를 통합함으로써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새로운 개념으로서 유전체정보, 진료・임상정보, 생활습관정보 등 의료 빅데이터를 통합 분석해 환자의 특성에 맞는 진료를 제공하게 될 것이며, 의료 빅데이터 분석에는 AI가 활용돼 최고품질의 정밀의료 기반을 제공하게 될 것이다. 정밀의료 구현을 위한 통합 의료 빅데이터 중에서 유전체정보, 진료・임상정보, 생활습관정보의 비중은 각각 30%, 10%, 60%로서 생활습관정보의 비중이 가장 큰 것으로 판명돼 정밀의료시스템 구축을 위해서는 웨어러블 기기 등을 통해 수집된 생활습관정보가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러한 의료 빅데이터의 통합 분석 및 관리 플랫폼을 통해 질병의 원인을 규명해 정밀의료 구현이 가능할 것이며, 향후 새로운 치료제 후보물질 스크리닝과 만성질환 관리 개선을 통한 정밀의학 솔루션으로 개인맞춤형 건강관리가 실현될 것으로 기대된다.

의료시스템 메가트렌드는 ‘AI 쓰는 의사’

의료・헬스케어 영역에서 AI는 모든 가용정보 분석으로 환자의 치료방법과 계획을 탐색해 의사가 최선의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으며, 의료영상 판독부터 다양한 의료기술에 활용되고 있고, 딥러닝, 머신러닝 기술 등을 통해 분석결과를 보완해 예방, 진단 및 치료분야로 더욱 의료 적용이 확대될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초음파 등 휴대용 소형 진단기기는 AI기술이 적용되어 기존의 기술을 넘어 현장진단, 일차진료, 응급진료, 마취, 통증관리 등에 활용이 확대될 것으로 예측된다.

일각에서는 AI기술이 고도화됨에 따라 AI가 의사를 대체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도 제기되었으나, 대다수 미래 의학자는 “결코 AI는 의사를 대체하지는 않을 것이며, 단지 AI를 활용하는 의사가 활용하지 않는 의사를 대체하게 될 것이다.”라는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그만큼 AI는 의료시스템 전반으로 급속히 파급되어 활용되고 있으며, 이는 메가트렌드로서 반드시 효율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최근 들어 글로벌 의료서비스는 과거의 진료를 많이 해야 보험청구와 급여를 많이 받을 수 있는 환경에서 치료결과 중심으로 급여체계를 개편하는 가치기반 지불제도(Value-Based Payment System)로 전환되고 있으며, 이는 의료품질을 높이고 의료비용을 절감하는 의사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에 따라 의료기기 시장도 양질의 의료서비스와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하기 위한 제품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예측된다.

IoT기술이 의료분야에서 활용되기 시작함에 따라 병원은 원격임상 모니터링, 만성질환 관리, 건강상태 모니터링 측면에서 더욱 효율적인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게 됐다.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세계 각국은 이러한 스마트 병실을 확대해 중앙집중식 디지털 전문 진료센터를 구축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정보 상호운용을 위한 사이버 보안을 강화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과 함께 환자가 생성하는 의료 빅데이터 축적이 중요해지고 있으며, 데이터의 복잡성 및 다양성으로 인해 클라우드 플랫폼 도입의 중요성 또한 부각되고 있다. 환자에게서 수집된 빅데이터와 기업의 분석 기술을 결합하면 새로운 치료 경로 및 위험도를 높은 정확도로 판별할 수 있어 더 많은 가치가 부여될 수 있다. 시장 흐름도 이를 반영하듯 최근 웨어러블 기기와 스마트폰 앱 데이터를 활용한 모바일헬스 기술의 적용으로 임상시험 비용이 절감되고, 절차가 합리화되고 있다. 또한 헬스케어 산업에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가 도입됨으로써 의료기관은 저비용으로 의료 빅데이터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됐으며, 이를 기반으로 의사는 환자의 의료기록을 실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게 돼 진료서비스 수준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의 one-size-fits-all 전략으로 개발된 일률적인 의료제품은 개인별, 민족별, 인종별 특징에 따른 유전적 차이에 근간한 정밀의료 패러다임 적용으로 개인별 부작용을 감소할 수 있는 더욱 안전한 치료법 개발과 질병에 대한 정확한 예측과 초기 질병감지가 가능해져 향후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기대감이 상승되고 있다. 아울러 유전체정보에 근간해 위험 유전인자 유무에 따른 질병감수성 분석, 예상되는 약물반응에 대한 효과 분석, 식습관 다이어트 및 운동 효과 등 건강관리정보 분석 등 개인별 맞춤 건강관리가 가능하게 될 것이다. 희귀질환 유전체를 분석해 질병의 원인별 맞춤형 치료제 개발을 가능케 할 수 있기도 하다. 이는 전통적인 약물이나 의료기기 중심의 임상시험의 개념을 벗어나 환자맞춤형 1인 피험자 임상시험(N-of-1 Clinical Trial)을 통해 정밀의료시스템을 구축하게 할 것이다.
정밀의료는 유전체정보 이외에도 다양한 의료 빅데이터가 AI, 디지털헬스케어 기술과 만나 통합분석 된다는 점에서 기존의 맞춤의료와 차별화 된다. 빅데이터와 AI 기반의 정밀의료 등 융복합 헬스케어 산업의 내재화를 위해서는 개인정보의 빅데이터 기반 구축과 함께 AI를 통한 유전체정보 등 개인정보의 활용에 대한 관련 규제 개선 등이 필요할 것이다.

정밀의료는 초기 단계의 유망시장으로서, NGS 등 오믹스 분석기술과 빅데이터, AI, 기술의 발전이 정밀의료 시장의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예측된다. 주요 선진국에서는 정밀의료 실현을 위해 국가 차원의 이니셔티브를 발표하며 적극적인 투자를 추진하고 있으며, NGS 기술의 발전으로 개인 유전체 분석비용이 빠르게 감소하면서 정밀의료의 기반이 되는 방대한 유전체정보가 축적되고 있다. 그러나, 개인 유전체정보 활용 등 규제 및 윤리적 문제, 표준화 미비, 정밀의료에 대한 고비용과 아직 훈련되지 않은 의사들이 정밀의료 산업발전을 위해 시급히 개선이 필요한 과제로 남아있다. 정밀의료 기술개발 및 산업에 있어 향후 비-유전체(Non-Genomic) 분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며, 생활습관 및 환경적 요인과 데이터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건강과 웰니스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증대하면서 소비자 중심의 새로운 헬스케어 비즈니스 모델이 주목받을 것으로 예측된다.

의료현장에 POCT 사용빈도 및 블록체인 적용 늘어

간편하면서도 높은 정확도가 요구되는 현장진단시스템(Point of Care Testing, POCT)의 수요 또한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며, 유전자 POCT와 암 POCT가 핵심 진단서비스 모델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비대면 시대에 접어들면서 네트워크 연계 기반의 의료기기는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며, 병원환자 모니터링 분야에서 데이터 분석 및 실시간 환자 모니터링 기능이 핵심 기술이 될 것이고, 병원 중심의 환자 모니터링은 특히 무선·실시간으로 전환돼 임상의학이 더욱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블록체인(Blockchain) 기술도 의료에 적용되고 있다. 블록체인이란 소규모 데이터들이 분산병렬형 네트워크인 P2P방식을 기반으로 생성된 체인형태의 연결고리 기반 분산데이터 저장환경에 저장되며, 누구도 임의로 수정할 수 없으나, 누구나 변경의 결과를 열람할 수 있는 분산컴퓨팅 기술기반의 데이터 위변조 방지기술이다.

블록체인의 대표적 특징은 탈중앙성, 보안성, 투명성이라 할 수 있다. 최근 들어 의료 헬스케어 분야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여 개인의 의료정보 활용을 촉진하는 방안이 부각되고 있으며, 의료정보의 보안성 및 투명성 확보, 진단 및 치료의 정확도 향상 등을 통한 의료정보의 교류 확대도 기대되고 있다.

해외 각국의 의료 관련 업체에서는 정부기관, 병원 등과의 협력을 통하여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고, 안전하고 정확한 의료정보의 활용을 시도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환자중심의 의료 실현과 공공성 확대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스마트폰, 웨어러블 기기 등을 활용하여 건강이력, 생체정보, 생활습관정보 등 환자가 자발적으로 생산한 건강데이터(Patients Generated Health Data, PGHD)를 블록체인에 담아 서비스 하는 PGHD 데이터 비즈니스가 최근 들어 부각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개인 건강관리 서비스 지원과 커뮤니티를 통해 난치병이나 희귀질환 환자들의 건강정보를 모으고, 데이터를 가공해 제약·의료기기 업체나 관련 연구자 등 데이터를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제공하는 업체도 새롭게 등장하고 있다.

신의료기술 입증 의무, 업계에만 맡겨선 안돼

디지털헬스케어 분야의 발전을 위해서는 이제까지 그랬듯이 범부처 차원에서 디지털헬스케어 등 신산업에 대한 규제혁신 추진으로 어느 정도 새로운 시장의 활성화를 기대할 수는 있겠으나, 혁신적인 자생력과 경쟁력을 갖춘 디지털헬스케어산업의 성장이 달성될 수 있을 지는 불명확하며, 기반 기술인 디지털헬스케어 플랫폼 활용을 통한 환자중심의 의료서비스의 지속적 확대전략이 필수적이라고 판단된다.

아울러 2020년 5월 시행된 ‘의료기기산업 육성 및 혁신의료기기 지원법’의 법적 실효성을 높이려면 미국 FDA 의료기기방사선센터(CDRH) 산하의 ‘Digital Health Unit’과 ‘디지털헬스센터[The Digital Health Center of Excellence(DHCoE)]’와 같은 디지털헬스 분야 전담부서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신설해 디지털헬스와 관련한 의료제품의 전문적인 허가 심사와 관리감독 체계 구축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현행 치료중심의 보험수가 체계와는 별도로 예방과 관리 목적의 디지털헬스케어 제품 및 서비스에 대한 건강보험수가 적용 검토가 필요하다.

디지털 헬스케어 혁신의료기기나 의료기술의 경우 신속한 시장 진입을 위해서는 신의료기술 인증을 위한 임상적 유용성, 안전성, 경제성 등에 대한 입증을 전적으로 업계에 지워서는 안 될 것이며, 규제기관의 허가를 받은 경우 시장 진입을 통한 재심사 등 사후 모니터링 제도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의료비용 산정기준 측면에서는 기존의 동일 질환에 동일 치료가 아닌 환자 데이터 분석을 통한 맞춤 치료와 관리가 됨으로써 의료행위나 의약품·의료기기의 가치도 환자별 치료 효과에 연동된 평가도 필요하다.

최근 들어 전 세계적인 융복합 바이오헬스산업의 비약적 발전은 각국 규제당국의 통제범위를 넘어서는 상황이다. 물론 미국 FDA나 유럽 등 선진국 규제당국은 제품의 안전성 확보에 최우선 방점을 두고 있으나 전체적인 규제철학은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와 사용자·소비자 이익을 위한 시장경제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는 듯하다.

일례로 모바일 헬스케어와 웨어러블 디바이스 시대가 도래하면서 새로운 유형의 융복합 웰니스 기기와 앱 등이 등장하게 됐고 FDA는 이에 대한 의료기기 규제적용 여부의 명확화 또는 관련 제품 및 서비스에 관한 규제완화를 가장 선제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와 같은 큰 흐름에 발맞춰 우리 정부도 그간의 규제에 대한 이분법적 시각에서 벗어나 베네핏-리스크 기준(benefit-risk ratio)에 근간을 두고 시장경제 중심의 합리적이고 유연한 규제를 정립해 대한민국이 더 이상 기업하기 어려운 나라 중 하나라는 오명을 씻어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

키워드

#N
저작권자 © 의료기기뉴스라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