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약구매조건부 장비임대' 비지니스 모델, 무상 장비 임대하면 '불법'

● 공정거래법 이해와 사례④

"체외진단기기와 시약을 분리 입찰한 행위는?"
'시약구매조건부 장비임대' 비지니스 모델, 무상 장비 임대하면 '불법'

▲ 김 현 희
법률사무소 다감
변호사

"올바른 장비임대계약 체결·이행위해 업체와 고객이 함께 노력해야"

A병원은 체외진단 검사장비를 신규 도입하면서 임차할 장비와 해당 장비에 8년 동안 사용되는 진단시약에 대해 각각 분리 입찰을 진행했다. 그 결과 진단검사장비 입찰에서는 B업체가, 시약입찰에서는 C업체가 각각 최저 입찰가격을 제시하여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었다.

이와 같은 입찰에 문제는 없을까?

시약구매 조건부 장비 임대

먼저 체외진단시약 업계에서 통용되는 비즈니스 모델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체외진단시약 업체들 중 제품군에 따라서는 시약만 제조, 유통되는 경우도 있고 시약만 공급하는 업체들도 존재한다. 그런데 진단검사 장비와 시약을 함께 공급하는 업체의 경우, 병의원이나 연구소에 진단검사장비를 대여해주고 별도의 임대료는 받지 않는다. 대신 업체들은 장비의 사용 연한 동안 해당 병의원이나 연구소가 장비에 사용하는 진단시약을 공급하면서 시약가격에 임대료를 얹어 일정 기간 시약을 일정량 이상 공급하게 되면 임대료를 회수하는 구조이다.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을 ‘시약구매조건부 장비임대’라 부른다.

이와 같은 비즈니스 모델이 의료기기법상 금지된 경제적 이익 제공이 아닌지, 혹은 의료기기법상 허용될 수 있는 요건이 무엇인지에 관해 의료기기산업협회에서 이미 2011년도에 보건복지부에 질의를 한 바 있다. 보건복지부는 2011. 5. 23. 자 회신을 통해 진단장비임대의 허용요건을 제시했다. 그 요건은 장비 임대계약이 1)전용 시약 구매를 조건으로 하고, 2)계약서에 계약기간, 장비가격, 시약가격 (장비 임대비용 포함 전후 구분) 및 시약가격에 장비임대가격이 포함되어 있음을 명시하는 것이다.

즉, 해당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의료기기법 위반으로 불법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장비 임대가 무상이라면 부당한 경제적 이익 제공에 해당될 수 있으니 대가, 즉 장비 임대 업체로부터 시약을 구매하는 조건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임대계약서에 계약기간과 장비가격과 시약가격을 임대료 반영 전후로 명시해서 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무상 제기되는 문제들

이와 관련해서 실무상 제기되는 문제는 대략 다음 세 가지 정도로 추려볼 수 있다.

1. 분리 발주의 문제

장비 임대가 무상 혹은 무상에 가까운 정도의 소액의 임대료만 지급받고 이뤄지는 것이므로, 장비 임대가 유효하려면 장비 임대업체가 시약 납품도 해야 한다. 그것도 임대료를 회수할 수 있을 정도로 일정기간 동안 일정량 이상으로.

우리의 거래상대방도 그러한 사실을 잘 인식했으면 좋겠지만 매번 그렇지는 않다. 사안의 경우와 같이 진단장비 임대 입찰과 전용 시약 입찰을 분리해서 입찰에 부치면 장비 임대를 제공하는 업체와 시약 공급 업체가 달라질 수 있는데, 그렇게 되면 해결하기가 매우 어려운 법률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장비 임대 입찰에 참여하는 업체는 최저가격(무상)으로 최상의 스펙을 갖춘 장비로 들어가는 것인데, 이는 향후 일정기간동안 시약 공급을 통해 임대료를 회수할 것을 전제로 한 것이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다른 업체가 시약입찰에서 최저가격을 제시해서 낙찰자가 되는 경우, 장비를 임대한 업체는 임대료 상당액의 손해를 감수하여야 하게되고, 시약 공급업체는 수익을 올리는 반면, 두 업체 간에 별도의 계약관계가 없는 이상 장비 임대업체가 자신이 본 손해를 시약 공급업체로부터 보전받을 수는 없게 된다.

따라서 고객이 체외진단 장비를 입찰에 부치는 데 있어서 아예 장비를 시장 가격대로 대금을 주고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별도의 임대료 지급 없이 임차하려는 경우에는 시약과 분리 발주를 해서는 안 된다. 이에 대해 진단시약 업계에서 지속적으로 고객의 이해를 높이도록 할 필요가 있다.

2. 중도 해지에 대한 위약금 조항

앞서 살펴본 것처럼 시약 구매는 장비 임대에 대한 임대료를 대신한다. 그런데 고객은 시약구매조건부 장비임대의 전제와는 상관없이 때때로 정당한 이유 없이 장비를 빼가라는 요구를 하기도 한다. 장비에 하자가 있다면 임대계약 해지 또는 해제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장비에는 하자가 없음에도 고객의 단순변심 혹은 심기를 거스렀다는 등의 다양한 이유로 장비 임대계약이 중도해지되는 경우에는 어떻게 할까. 원칙적으로 장비 임대업체의 귀책 사유 없이 고객의 임의해지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절대 ‘갑’의 위치에 있는 고객이 장비를 빼가라면 진단장비 업체로서는 울며 겨자 먹기로 장비를 빼 올 수밖에 없다.

이 경우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장비임대계약이 중도해지되는 경우, 임대료가 시약 판매를 통해 전액 회수되지 않은 상태일 가능성이 높다. 그 경우에는 남은 임대료 상당액을 고객이 장비임대업체에 지급하지 않으면 고객은 해당 금액만큼 경제적 이익을 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대한 주의 환기와 경제적 이익 제공을 방지하기 위하여, 장비임대계약서에는 1) 장비의 하자나 장비업체의 귀책 사유 없이 고객의 임의해지는 불가능하다는 점, 2) 합의로 중도 해지되더라도 임대료가 전액 회수되지 않은 상태라면 잔여 임대료를 고객이 장비업체에 지급해야 한다는 점을 명시하는 것이 좋다. 물론 고객의 일반적인 태도와 업계 전반의 분위기상 계약서 작성 시 그러한 문구를 넣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겠으나.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는 대목이다.

3. 임대료 산정

체외진단 장비의 경우 고객으로부터 임대료를 받으면서 장비를 임대해주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적절한 임대료를 산정하기가 어렵다. 장비업체로서는 장비의 가격만을 알 뿐 적정한 임대료는 알지 못한다. 그럼에도 보건복지부는 통상적인 임대료보다 적은 금액을 임대료로 책정해서 시약가격에 반영할 경우 부당한 경제적 이익제공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적절한 임대료는 어떻게 산정할까? 정해진 원칙은 없겠으나 합리적인 추론을 통해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장비를 임대하는 동안 장비는 노후화되기 때문에 장비업체의 자산인 해당 장비는 계속 감가상각을 하게 된다.

또한 장비업체는 임대 기간 자신의 자산이기 때문에 부품을 교체하고 인력과 비용을 들여 장비를 최선의 상태로 유지한다. 이를 감안하면, 연간 임대료는 적어도 연간 감가상각액+부품교체비용+인건비에 얼마간의 마진을 덧붙인 수준이어야 적정 임대료라 볼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시약구매조건부 장비임대가 의료기기법에 반하는 경제적 이익 제공에 해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발주 단계와 고객과의 계약 체결 단계, 그리고 계약 이행 단계에서 진단시약 업체와 고객 모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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