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에 대한 선제적 투자로 세계 시장 리드하자"

■ 의료기기산업 발전을 위한 제언Ⅲ

감염성 질환의 대안 디지털헬스
"기술에 대한 선제적 투자로 세계 시장 리드하자"

▲ 황 선 빈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산업연구부 수석연구원

전세계를 공포에 몰아넣은 코로나 바이러스는 앞으로 우리의 삶을 상당 부분 변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동시에 또다른 감염질환에 대한 가능성을 깨닫게 했다. 이제 코로나19 이후의 변화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 

이번 사태를 겪으며 우리에게 다가온 가장 큰 문제는 의료 수급에 대한 불안이었다. 기초적인 위생용품이 부족해 배급제 형식의 수급으로 전환했으며 안정적이라고 여겼던 의료기기는 전세계적 혼란 속에 공급 부족을 경험했다. 

그나마 우리를 버티게 했던 점은 체외진단의료기기인 코로나 진단키트와 우수한 의료진 그리고 질병관리본부의 장악력과 정부의 빠른 판단이다. 

코로나19로 산업구조의 취약점 드러나

우선, 가장 큰 변화는 감염에 대한 국민의 인식강화다. 의료기기에서 보더라도 귀체온계가 주도하던 시장은 비접촉 체온계로 완전히 전환돼 일시적 품귀현상까지 일어났고 일회용 커프의 사용이나 감기 등의 감염질환 환자에 대한 자가격리가 저항 없이 자리 잡았다. 

사회적 거리 두기와 진단키트를 사용한 검진에 정책을 집중, 중증감염질환자의 수를 최대한 분산·억제해 대구를 제외한 지역에서 감당할 수 있는 의료 수요를 지켜냈다. 

정부는 또다시 발빠르게 코로나 19 치료제 및 백신개발에 대한 정부지원 조직을 가동해 방역물품을 포함한 다각적 대처방안에 대한 대안을 구상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우리나라 의료기기산업 구조의 취약점이 몇 가지 드러났다. 

첫째는 세계적인 혼란 속에 일부 중환자실에서 사용하는 인공호흡기와 같은 의료기기가 수요급증으로 공급이 중단됐다. 의료기기의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특성상 중환자 비율이 조금만 더 높았어도 다른 나라가 겪고 있는 의료 대란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을 것이다.

둘째 불가항력적으로 선택할 수밖에 없는 비대면 진료에 대한 사회적 요구와 제도 정착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높아졌다. 그러나 기존 기술이나 제품을 사용한 보조적 진료로 진단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기적인 연결이 이뤄지지 않아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했다. 

셋째 코로나 방역에 대한 모범적 대처로 인해 국가인지도가 높아지고 진단 키트를 포함해 세계 각국에서 국산 장비에 대한 수입 문의가 쇄도하고 있지만, 국내 생산시설 한계로 수요를 맞추지 못했다. 일부 회사에서는 무역 상담조차 불가할 정도의 폭발적 수요급증 상황까지 닥쳤다.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지만 국내 상황이 점차 안정돼 가는 만큼 전략적 대처를 통해 위기를 기회로 바꿀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

우선 중요한 것은 급격한 수요에 대비한 대처방안이다. 국내 생산가능한 대체의료기기가 있다면 당연히 생산을 늘리고 시설을 확충해 수요를 맞출 수는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고스란히 위험을 떠안아야 한다. 

결국, 일부 필수의료기기에 대한 정책적 관리를 통해 생산의 확충과 대체 등에 대한 상황별 대응 방안 등이 만들어져야 하며 이를 관리할 수 있는 주체가 필요하다. 

장비는 차치하더라고 인력에 대한 수급은 쉽지 않다. 결국, 쏟아져 나오는 의료요청에 대한 대안은 디지털헬스 관련 기술이다. 이번 대구 지역의 코로나 19 사태에서 폐진단 인공지능 기술이 기여한 것처럼 일부 혁신기술을 이용한 진단기술이 대안으로 검토될 수 있을 것이다. 

또 다른 기회는 대면진료 보완을 위한 각종 측정센서기기 등이다. 이미 시중에는 심전계, 호흡, 맥박, 산소포화도등 기초대사를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이 출시돼, 손목시계 등에 장착해 운동 강도를 조절하고 체중을 관리하는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 이들 장비에 대해 의료기기 수준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한다면 어디서든 비대면 진료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보다 정확한 진단과 모니터링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디지털 헬스케어산업 성공가능성 큰 우리나라

우리나라의 장점은 전국민건강보험제도를 통한 높은 의료접근성과 미래의 자원이라고 할 수 있는 의료정보다. 상대적으로 규제가 낮은 산업이자 고도의 교육을 받은 인적자원이 필요한 체외진단의료기기와 디지털 헬스에 경쟁력이 있다.

4차산업혁명기술의 산업적 성공의 예로 독일의 스마트공장을 들 수 있다. 몇 천명이 가능한 일을 불과 10여 명으로 운영할 수 있는 기술의 시작이었다. 이를 통해 해외 공장의 독일 재이전이 가능하게 했다.

스마트공장은 설비의 자동화뿐만 아니라 매장의 재고관리부터 원재료 수급까지 모두 체계화돼 움직인다. 우리가 당장 이런 기술을 적용할 수 없지만 향후 생산설비에 대한 정책 우선순위에 반영할 수는 있다. 
    
우리나라의 4차산업혁명기술은 상당한 수준에 있으며 동시에 규제수준 또한 세계적이다. 식약처는 인공지능 기반 의료기기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규제를 선도하고 있으며 2019년 통과된 의료기기산업육성 및 혁신의료기기지원법(이후 의료기기혁신법)과 체외진단의료기기법의 시행을 올해 5월로 앞두고 있다. 

혁신첨단융복합 의료기기를 진흥을 위한 여러 안이 마련되고 있지만 무엇보다 이런 선도적 기술이 실재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생태계가 조성돼야 한다. 

산업 진흥 위해 정부가 앞장설 때

디지털헬스가 그 중심에 있다. 또, 관련된 제품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보장하고 지금의 한류를 지속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관리가 필요하다. 이미 검토되고 있는 소프트웨어 등의 기업형 인증을 통한 투자, 창업의 독려와 더불어 제품의 양산을 위한 규제전담 부서가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더불어 개발된 제품의 시장 진입을 위한 제도는 집중적인 심사를 통해 안전성과 유효성은 확보하되, 과거 의료기기의 일부 제도처럼 중복규제로 인한 출시 지연이나 국내 제조사들의 역차별 논란이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국가보험체계가 위협받지 않는 수준에서 진입에 대한 장벽은 낮추고 가능하면 사후 심사를 강화하는 방법을 강구해 신제품들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 

내부적으로 감염질환으로부터 국민을 살리고 외부적으로는 높아진 대외신인도를 바탕으로 지금의 위기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

쏟아지는 융복합의료기기를 이용한 비대면 진료의 신뢰도 향상과 더불어 의료장비에 대한 국내수급안 마련 그리고 수출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 

기술이 생명을 살리고 감염과 싸울 수 있다. 그리고 미래의 먹거리로서 잠재력 또한 충분하다. 5월 시행을 앞둔 의료기기혁신법과 체외진단의료기기법이 우리의 가능성을 더욱 넓혀주고 있다. 안전과 진흥에 대한 국가의 투자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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