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법 제23조, '배타조건부거래'·'거래지역 또는 거래상대방 제한'

● 공정거래법 이해와 사례②

"본사의 대리점 영역제한 행위는 불법일까?"
공정거래법 제23조, '배타조건부거래'·'거래지역 또는 거래상대방 제한'

▲ 김 현 희
법률사무소 다감
  변호사

"의료기기산업 특성과 거래현실상, 책임지역제도 제한적 허용"

의료기기업체 A는 최근 부산에 소재 한 대리점 B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대전에 소재한 A의 또 다른 대리점인 C가 부산지역 병·의원들을 대상으로 영업활동을 하고 있어 상거래질서를 어지럽히고 자신들의 영업에 지장이 많으니 A가 나서서 C에게 그러지 말라고 한 마디 해달라는 것이다. 즉, 특정한 지역을 기반으로 영업활동을 전개하는 대리점이 다른 대리점이 자신의 영역을 침범하지 못하도록 본사에 소위 형님으로서 교통정리를 해달라는 요청을 한 것이다. A는 대리점 B의 그와 같은 요청을 들어주어야 할까?

지역 분할은 허용되는가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는 먼저, 공정거래법상 지역 분할이 허용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공정거래법 제23조 제1항은 금지되는 불공정거래행위 유형을 열거하고 있다. 그중 제5호는 "거래의 상대방의 사업활동을 부당하게 구속하는 조건으로 거래하는 행위"를 들고 있는데 보통 "구속조건부거래"라고 부른다. 구속조건부거래는 크게 두 유형으로 구성된다. 1)거래상대방이 자신의 경쟁사업자와 거래하지 않는 조건으로 거래할 경우에 성립하는 배타조건부거래와 2)거래상대방의 거래지역 또는 거래상대방을 제한하는 행위가 그것이다.

대리점에 특정 지역을 할당해서 영업 활동을 하도록 하고 해당 지역 밖에서는 영업활동을 금지하면서 어길 경우 제재를 가한다면 구속조건부 거래행위에 해당할 소지가 높다. 대리점에 배타적인 영업구역을 설정할 경우 해당 구역 내에서는 그 대리점만 영업을 할 수 있어 경쟁이 저해되는 효과가 발생한다. 그 결과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선택의 폭이 좁아지기 때문에 공정거래법에서 이를 불공정거래행위로 보아 금지하고 있는 것이다.

거래상대방의 판매지역을 구속하는 형태는 구속의 정도에 따라 ①거래상대방의 판매책임 지역을 설정할 뿐 그 지역 외 판매를 허용하는 책임지역제(또는 판매거점제) ②판매지역을 한정하지만 복수판매자를 허용하는 개방 지역제 한제(Open territory) ③거래상대방의 판매지역을 할당하고 이를 어길 경우에 제재하여 강제하는 엄격한 지역제한제(Closed territory)로 구분할 수 있다.

공정위는 위 유형 중 엄격한 지역제한제를 운영한 경우 거래지역 및 거래상대방을 구속했다고 보아 과징금이나 시정 명령을 내리고 있다. 본사가 대리점마다 관할 영업구역을 설정하여 해당 영업 구역 내에서만 제품을 판매하도록 하면서 위반대리점에 대해서는 장려금미지급 혹은 실적이관, 목표이관, 재고이동, 변상처리, 각서 징구 등 불이익을 가하거나 대리점 계약을 해지하는 경우 구속 조건부 거래행위로 보고 있는 것이다.

의료기기업계 특성과의 조화

하지만 의료기기업계의 특성과 거래 현실을 고려한다면 어느 정도 대리점에 활동의 기반이 되는 거점지역 운영의 필요성이 존재한다. 의료기기는 생명과 신체를 다루는 장비이다. 운영 전반에 있어 지속적인 교육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신속 정확한 서비스 제공이 필수적인 산업 분야이다. 또한 계속적으로 고객을 방문하여 상품 스펙이나 구성, 공급일정이나 서비스 제공에 있어 필요사항을 점검하고 반영할 필요가 있어 장기적인 고객관리가 필요하다. 따라서 대리점으로서는 판매 및 서비스 활동의 거점 지역이 있을 필요가 있다.

또한 공정거래법상 책임지역제 또는 개방 지역제한제와 지역제한을 위반해도 제재가 없는 등 구속성이 엄격하지 않은 지역제한의 경우 원칙적으로 허용된다. 공정위는 구속조건부거래 여부를 판단하는 데 있어 경쟁 제한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도 효율성 증대 효과나 소비자 후생증대 효과가 경쟁제한 효과를 현저히 상회하는 경우 혹은 기타 합리적인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법위반으로 보고 있지 않다.

위와 같은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면, 의료기기 대리점에 대하여 판매 및 거점지역 역할을 하는 책임지역제도 운영은 필요할 뿐만 아니라 공정거래법상으로도 허용된다고 볼 수 있다. 즉, 지역 밖의 영업을 허용하고 지역 내 판매자의 중복을 허용하는 형태로 대리점 책임지역 운영은 가능하다.

사례로 돌아가 보자. 본사 A는 대리점 B의 요청을 들어줄 수 없다. 대리점 B의 요청은 자신의 영업구역 내에서 다른 대리점이 판매활동을 할 수 없는 엄격한 판매지역 분할을 전제로 한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많은 대리점들이 배타적 거래지역 설정이 공정거래법에 반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상당수 대리점들은 타지역 기반 대리점이 본인의 영업구역에서 판매활동을 하는 것이 상도의에 반하고 공정거래를 해하는 것이니 본사가 제재 조치를 가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본사에서도 시간과 노력을 들여 대리점의 이해를 도울 필요가 있다. 시장 내에서의 자율경쟁을 도모하는 것이 공정거래법의 취지이고 그에따라 대리점에 대한 배타적 거래지역 설정 및 운영은 지역 내 경쟁을 저해하는 행위로 구속조건부 거래에 해당하여 금지된다는 것을 설명해야 할 것이다. 해당지역(부산)에서는 당초 활동하던 대리점 B는 물론 다른 지역(대전)에 기반을 둔 대리점 C나 제3의 대리점도 영업활동이 가능하며 다른 대리점의 진입을 막는 행위를 본사가 할 수 없음을 주지시킬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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