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김범준, 출판사 동아시아

관계의 과학

복잡계, 통계물리학이라고 하면 머리부터 흔들리는 분들에게 우리의 삶에 이론 물리학이 얼마나 가깝게 있는지 자세히 설명해 주는 책이 있다. 

흔히 통계물리학이라는 단어조차 처음 듣는 분들이 있다면 물리학과가 있는 대학의 교과 과정을 들여다보면 쉽게 발견할 수 있는 필수과목의 한가지 임을 발견하게 된다. 

물리학에서 통계의 의미는 작은 부분으로 모아서 전체를 파악하는 데 사용된다고 한다. 국회의원이 발의한 안건을 보고 의원 간 친밀도를 측정할 수 있으며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을 예측할 수 있고 시민저항운동의 성공률을 계산할 수 있다. 

한가지 예를 들어 보자. 약 130여명이 일하는 직장에서 서로에 대한 선호도를 조사했다. 같이 일하고 싶어 하는 사람 5명과 일하기 싫은 사람 5명을 조사해서 연관 관계를 파악했다. 

흥미로운 결과가 나온다. 모두가 싫어하는 사람이 특정 5명에게 집중된 것이며 이들은 서로에게도 같이 일하기 싫은 사람으로 표시했다. 또 다른 특징은 비호감이 집중된 것에 비하여 호감을 받는 직원들은 널리 분포되어 특정할 수 없는 것으로 조사 됐다. 

조사는 여기서 끝나지 않고 직원들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하여 어떤 조직을 운영하면 가장 생산효율이 늘어 날 것인가를 고민한다. 가설1은 비호감 직원을 분산시키는 방법이고 가설 2는 비호감 직원을 한 부서로 옮기는 방법이다. 

가설 자체가 모든 직원의 만족도를 높이는 방법을 택했기 때문인지 답은 가설2의 방법이 직원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방법으로 나왔다. 물론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그 직원이 배려의 대상이거나 혹은 직장 내 따돌림의 피해자일 수 있다는 설정은 고려하지 않았다. 

단순히 보자면 이런 결론은 우리에게 익숙한 공리주의적 가치를 수치화한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이 통계물리학이 주는 의미다. 

어떤 현상에 여러 요인이 결합하여 있을 때 우리는 어떤 요인이 가장 큰 영향을 주는지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또한, 서로의 관계에 대한 이해를 높여야 한다면 과학적인 방법을 사용하여 분석할 필요가 있다. 이때 통계물리학이 빛을 발한다. 

앞의 예처럼 모두가 싫어하는 직원을 파악하고 그 집단을 전체에서 배제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긴 하지만 수학의 답처럼 절대적인 판단 기준으로 답은 아니라고 밝힌다. 조직이 가지는 특성을 파악하는 연관성과 관계를 이해하는 하나의 지표로 이해하는 것이 옳은 해석이라고 한다. 

만약 그 5명을 한 부서에 두게 되면 당연히 그 부서의 성과는 낮게 되고 전체 성과에도 영향을 미치던가 아니면 봉급만 날리게 되는 비효율적인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다시 5명을 모두 내보낸다고 하면 조직의 만족도는 올라갈까? 아니면 새로운 5명이 다시 나올 것인가? 이는 또한 다른 문제일 수 있다. 

결국 이 분석의 결과는 전체 직원의 만족도를 높이는 방법이라기 보다는 모두가 싫어 하는 비호감 집단에 대한 존재와 이들의 특성을 파악하여 어떤 체계를 갖추는게 가장 합리적인지 근거로 해석할 수 있다. 

저자는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상에 대한 연관성과 관계를 해석하려는 많은 시도의 예를 책에서 보여준다. 변화가 일어나기 위한 비폭력 운동과 폭력적 저항의 분석을 통하여 성공률을 계산하고 참여의 폭을 계산하여 사회적 변혁이 일어나는 연관성을 분석한 글에서는 실증 자료라 더욱 신뢰가 생긴다. 

비폭력 운동이 성공확률이 높았으며 전체 인구의 3.5%가 지속해서 참여한 경우 사회적 변화를 일으키는 분기점이 된 것이다. 같은 방법을 통하여 광화문의 탄핵집회를 분석해 보니 역시 이 연구결과에 부합되었다.

촛불집회는 여러 조사를 통하여 전국적으로 약 200만명이 참여를 이어갔고 철저한 비폭력으로 일관한 시민운동이 정권 교체의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물론 어느 정도 민주화가 된 나라에서만 일어 날 수 있는 일이라고 할 수 있지만 원 연구자의 데이터는 전세계의 모든 사례를 분석한 것으로 보인다.

이제 사회적 불평등을 분석한 결과를 보자. 2016년 우리나라 배당소득의 분포를 조사한 결과 배당소득이 1억이 넘는 사람은 0.1%이고 100만 원이 넘는 사람은 10% 정도로 나왔다고 한다. 결국, 나머지 90%는 배당이 뭔지도 모르는 분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이를 지니계수로 다시 계산해 보면 0.96이다. 1이 완전 불평등사회라고 하니 배당에 관하여 우리는 완전 불평등사회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저자는 광장의 사람이 모인 인원수를 계산하는 것부터 시작하여 혁명이 일어난 실증적 사례를 가지고 연관성을 분석해 낸다. 그리고 사회의 통계를 이용하여 우리가 알고 있는 부의 집중과 불평등 그리고 양극화에 대한 정도를 숫자로 나타내는 마술 같은 능력을 갖추고 있다.

만약 정책을 만드는 입장이라면 지금까지 우리가 정량화하지 못하는 많은 가설에 대해 실증적인 확인을 할 수 있을 것이며 회사라면 의사결정에 대한 확신과 위험을 분석해 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유용성에도 불구하고 조심해야 하는 이유를 든다. 전투에 참여한 비행기를 분석한 결과 꼬리 쪽에 총알이 많이 맞았다고 한다. 전투기 정비사들이 모여 꼬리에 총알이 더 많이 맞으니 앞에 엔진보다는 뒤에 꼬리에 철갑을 두르자고 결론을 내렸다고 하자. 이 전투기는 실전에 투입하자마자 엔진에 총을 맞고 추락할 것이다.

이처럼 실증적 예를 잘못 해석하면 상식에 어긋나는 결론을 내릴 수 있으므로 저자는 분석의 결과에 대한 해석에 도식적 결론을 경계하라고 한다.
    
복잡계라고 하는 새로운 분석방법에 대하여 단순한 유형을 찾아내고 이를 통하여 우리의 선택에 반영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과학을 기반으로 한 학문으로서 그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다. 

사건과 사건의 연관을 분석하고 관계를 알며 일부를 분석해서 전체를 알 수 있는 그의 연구분야는 우리에게 멀리 보였지만 아주 가까이서 이용할 수 있는 실증의 학문이다. 

저자 김범준은 서울대 물리학과에서 초전도배열에 대한 이론연구로 박사학위를 받고 스웨덴 우메오 대학교와 아주대학을 거처 현재 성균관대학교 물리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물리학의 세부전공으로 통계물리학을 전공한 그는 네트워크와 마케팅, 뇌와 컴퓨테이션, 비선형 동역학과 자연현상, 자연과학과 인공지능 등의 다양한 강좌를 개설하여 강의하고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 상식을 해석해 내고 현상을 계산하며 삶 속에 있는 소소한 일들까지 그의 손을 거치면 이론이 되어 나온다. 한국복잡계학회 회장도 역임한 그는 과학의 대중화를 넘어서 대중의 과학화를 위하여 시민들과 어울려 연구하고 노력하는 실천하는 학자다. 

2019년 12월 초판 1쇄에 이어 1월 3쇄를 이어갔으며 도서출판 동아시아에서 책을 펴냈다. 

[기고자 소개]

이태윤
자유와 방임을 동경하고 꾸준한 독서가 아니면 지능이 떨어진다고 믿는 소시민이며 소설과 시에 난독증을 보이는 결벽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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