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 세금 2.3% 부과 규정 폐지, 2023년까지 2천억불 시장 성장"

미국 의료기기 시장 동향과 시사점
"의료기기 세금 2.3% 부과 규정 폐지, 2023년까지 2천억불 시장 성장"

▲ 김 설 아
보스톤사이언티픽코리아
대외협력 상무

지난해 국회-정부-산업계의 다각적인 노력과 생산적 토론 끝에 '의료기기산업 육성 및 혁신의료기기 지원법'의 방향을 세우고 법을 제정하는 성과를 이뤘다. 2020년은 이 법의 본격적인 시행을 통해 산업 발전과 국민보건 기여라는 선순환이 어떻게 의료기기산업 생태계를 건강하게 성장시켜 나갈 것인지 주목이 되는 첫해다. 

다양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에 전 세계 의료기기 시장의 40%를 차지하며 단일 국가 중 가장 큰 규모의 시장에서 의료기기산업을 선도하고 있는 미국의 상황을 살펴보았다.

지난해 미국 의료기기산업계는 의료기기에 2.3%의 세금이 부과되는 규정을 영구히 폐지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며 마무리 했다. 연간 200억 달러 규모의 세금 부담과 자칫 2만 5천여 개 의료기기산업 일자리가 사라지고, 20억 달러 이상의 혁신적인 의료기기 및 기술의 연구개발 투자비용이 감소할 위험이 있었던 조치가 영구히 해결된 것이다. 산업계는 불확실성에서 미뤄왔던 고용과 연구개발 투자에 힘을 실을 것으로 내다보면서 미국 의회와 행정부의 극적인 결정에 환영의 목소리를 낸 바 있다. 10년 넘게 숙제로 남아 있던 의료기기 세금부과 폐지라는 호재 속에 2020년을 출발하는 미국 의료기기 시장은 연 4.6%의 지속적인 성장을 기록하며, 2023년까지 2,000억 달러 이상의 시장 가치를 가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미국 의료기기시장의 지속적인 성장에는 대내외의 다양한 요인들이 뒷받침할 것으로 보인다. 대규모 인구 집단인 베이비부머(1946~1964년생)의 은퇴로 인한 인구 고령화, 이로 인한 보건의료서비스 수요의 폭발적인 증가, 만성질환 증가로 인한 1인당 의료비의 증가 등 인구사회학적인 변화가 지속적인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전망된다. OECD에 따르면, 2017년 미국의 1인당 의료비는 1만 209달러로 가입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었으며 증가 추세는 지속될 것이다. 더불어, 의료기기 세금부과 폐기, 트럼프 정부의 법인세 인하 등 기업에 우호적인 정책 환경 속에서 의료기기 기업들은 혁신적인 기술 개발에 대한 연구개발 투자를 강화하며 새로운 성장의 모멘텀을 이어갈 것이다.

전통적으로 까다로운 규제와 경쟁이 치열한 의료기기 시장이지만, 최근 미국 정부 내 혁신에 대한 우호적인 입장을 가진 입법·행정가들의 참여와 역할이 강화됐다. 혁신적인 의료기술에 대한 허가 절차에 속도를 낼 수 있는 법을 마련하는 등 시대 변화에 발맞춘 정책 변화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런 변화는 의료기기산업만을 지원하기 위한 변화로 볼 수는 없다. 미국의과대학협회는 오는 2030년까지 12만 명 이상 의료진의 인력 부족을 예상하고,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디지털헬스가 미국 보건의료시장이 당면한 인력난과 비용 부담을 경감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소프트웨어 기반 의료기기(Software as a medical device; SaMD)나 인공지능(AI) 및 머신러닝(Machine Learning) 기반의 의료기기에 대한 허가가 증가하고 있으며, 해당 제품들의 질 관리를 규정도 마련됐다. 발 빠른 규제 변화는 전통적인 의료기기 기업의 혁신성을 가속화할 뿐만 아니라 빅데이터나 AI에 강점을 지닌 글로벌 IT 기업이 의료기기산업을 넘나드는 교두보 역할까지 하는 양상이다. 정책과 규제가 보건의료산업의 역동적인 성장을 위한 토대가 되고, 보건의료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진화하는 부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가전전시회 2020(Consumer Electronics Show)에서도 546개의 디지털헬스와 635개의 웨어러블 의료기기가 선보였다. 헬스와 IT의 융복합 트렌드가 가속화되고 있는 현상은 미래가 아닌 현실의 반영이다. 2017년에 2023년까지 미국의 원격모니터링 서비스 시장은 연평균 19.8%대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미국 CMS의 원격모니터링 서비스에 대한 커버리지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5세대(5G) 무선 네트워크가 확산되면 원격모니터링 서비스 확대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혁신적인 기술을 제도권에 안전하게 진입시키기 위한 정책적 움직임도 속도를 내는 중이다.

의료기기 개발과정에서 의료진, 환자, 규제당국을 포함한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소통과 협력의 필요성도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FDA는 재사용 십이지장경이 엄격한 소독과 멸균 과정에도 불구하고 환자 감염이 보고되는 상황을 주시하며,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의료진, 의료기기 기업,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협력과 논의를 진행했다. 그 결과, 일회용 십이지장경이 미국에서 최초로 개발되고 FDA 허가를 받았으며, 환자 감염을 최소화하기 위해 우선 사용까지 권고된 바 있다. 규제당국이 환자감염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인 소통과 조정자의 역할을 하고 국민 보건을 위한 솔루션을 마련할 수 있도록 지원한 매우 선진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

올해에도 미국은 전 세계 의료기기 시장에서 혁신성과 기술력으로 입지를 확장하겠지만, 가장 큰 잠재력을 가진 중국 시장에서는 관세인상 등 지속적인 무역 마찰로 수출을 확대하지 못한 채 의료기기 분야에서의 무역 역조를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의 보험자들과 정부는 필사적으로 급증하는 의료비용 - 특히 가장 비싼 부분인 입원-을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의료기기에 대한 비용은 줄이며 환자 결과의 측면에서 더 나은 가치를 입증하기를 원한다. 미국의 의료기기 산업도 예외일 수는 없으며, 의료기기에 대한 철저한 가격 평가와 의료비용 지출 관리가 강화되는 제도 변화에 효율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실제, 미국 CMS는 관절치환술 대한 묶음 방식의 지불제도(Bundled payment)를 2017년에 폐기한 바 있으며, 현재 가치 기반 평가를 통해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가치 기반 평가에 따른 비용 지불 방식이 점차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20년은 우리나라 인구변화에서 중요한 분기점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 동안 우리나라 경제성장과정에서 주춧돌 역할을 해왔던 한국 베이비부머 세대가 처음으로 65세에 이르고, 생산의 중심점에서 점차 소비의 중심으로 이동할 첫 해가 될 것이다. 특히, 고령화로 인한 의료 이용의 점진적인 증가는 보건의료제도 전반에 다양한 도전 과제를 던질 것으로 예상된다.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진통의 시간은 불가피해 보인다. 다행히 의료기기 산업계도 성장의 과정에서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갖추고 국민보건에도 기여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기 시작했다. 우리의 상황과 직결되는 해답을 찾을 수는 없겠지만, 복잡한 정글과 산속에서도 자연은 피보나치 수열을 따르고 있는 것처럼 미국이라는 거대 의료기기 시장에서의 변화를 관찰하고 우리 문제의 해답을 찾는 단초를 발견하기를 희망한다. 혁신 의료기기 지원법과 함께 우리나라의 의료기기 산업이 건강하게 성장하고, 한국을 넘어, 아시아는 넘어 세계적으로 도약하는 한해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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