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중문화 속의 의료기기 이야기 - 11회

■ 대중문화 속의 의료기기 이야기 - 11회

마돈나의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Feat. 필러 & 보톡스)

▲ 임 수 섭
LSM 인증 교육원 대표/
여주대학교 교수

인류는 유사 이래로 끊임없이 발전해 왔다. 바퀴, 도자기, 도르래, 종이와 문자부터 시작해서 전기, 내연기관, 전자 기기를 거쳐 반도체, 컴퓨터, 인터넷 그리고 인공지능(AI)까지 인류가 발명하고 성취한 것들의 면면을 살펴볼 때, 인류를 창조하신 신이 계신다면 우리 인류를 우등생이라고 칭찬해 주실지도 모르겠다.

한편 2010년대 초 영국의 한 출판사에서 선정한 인류의 위대한 발명품 중에 무려 4위로 꼽힌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음악'이다. 이 음악은 고대와 중세의 종교 음악, 클래식으로 대표되는 왕국 혹은 제국 시대의 귀족 음악을 거쳐, 현대는 팝, 록, 재즈, 알앤비(R&B), 힙합 등으로 대표되는 대중음악으로 변천됐는데, 그 발전의 중심에는 대개 남성이 위치했다.

베토벤과 모차르트로 대표되는 클래식 시대는 말할 필요도 없고, 비틀즈, 밥 딜런, 마일스 데이비스, 루이 암스트롱, 엘비스 프레슬리, 프랭크 시나트라, 롤링 스톤스, 척 베리, 지미 헨드릭스, 제임스 브라운, 레이 찰스, 밥 말리, 핑크 플로이드, 엘튼 존, 퀸, 마이클 잭슨, 프린스, 너바나, 에미넴 그리고 브루노 마스 등까지 1950년대 이후 대중음악 역사를 봐도 그러하다. 어쩌면 이는 인종 차별, 계층 차별과 함께 인류 발전의 부정적 부산물 3 대장 중 하나인 '성 차별'의 대표적인 사례 중의 하나일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남성 중심의 대중음악 역사에 강력한 반기를 든 몇몇의 여성 아티스트가 있었으니, 그 대표적인 예가 아레사 프랭클린, 재니스 조플린, 티나 터너, 다이애나 로스, 재닛 잭슨, 머라이어 캐리, 휘트니 휴스턴, 브리트니 스피어스, 비욘세, 케이티 페리, 테일러 스위프트 그리고 레이디 가가 등을 들 수 있는데, 가장 상징적인 예는 아무래도 '마돈나'가 되겠다.

음반 차트와 판매 등 대중적 성공으로는 웬만한 탑 남성 아티스트를 압도하고, 뮤직비디오, 1980년대 팝과 댄스의 표준, 일렉트로니카 등의 음악적 성취로도 최상위 여성 아티스트에 속하며, 찢어진 청바지, 가죽 재킷, 과한 액세서리, 웨딩드레스, 콘브라 같은 파격적 패션, 워너비, 섹스 심벌, 페미니즘, 마돈나학(學) 같은 사회문화적 영향력을 언급하면 아예 음악계를 아득히 넘어버린다. 즉, 그녀의 능력과 성취를 롤플레잉 게임의 캐릭터로 비유하자면 공격력, 방어력, 마법력, 무력, 지력, 매력, 명성, 업적, 운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만렙을 달성한 경우로 볼 수 있다.

1958년생인 그녀의 나이는 한국 나이 62세로 할머니 급 나이이지만, 외모는 여전히 많이 잡아야 40대 초, 중반으로 느껴질 정도로 젊음을 유지하고 있다. 압도적인 카리스마와 대중 흡입력으로 팝계의 여제이자 마녀로 불리는 그녀의 마력 때문일까? 사실 그 해답은 어쩌면 현대 의학 또는 의료기기에 있을지도 모르겠다.

'필러 & 보톨리눔톡신(이하 보톡스)' 이들은 노화의 결과로 생기는 주름살을 없애는 대표적인 의료 제품이다. 이 둘의 차이는 '채움'과 '폄'. 필러는 히알루론산 또는 폴리락틱산이라는 성분을 피부에 '채워 넣어' 주름을 없애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팔자주름 등 푹 팬 부위와 낮은 코나 이마 등 얼굴 볼륨감을 살리는 데 효과적이다. 반면 보톡스는 보툴리눔톡신을 근육에 주사해 근육을 일시적으로 마비시켜 '펴는' 것으로 눈가 주름이나 미간, 이마 등에 생긴 표정 주름에 효과적이고, 근육이 과도하게 발달한 사각턱이나 종아리, 승모근에 주사하면 근육 크기도 줄일 수 있다.

여기서 알 수 있듯이 필러는 점탄성 성질 등을 포함한 물리적 수복을 통해 효과를 드러내기 때문에 의료기기, 보톡스는 보툴리눔톡신이라는 화학 물질을 통한 약리 작용을 통해 효능을 발휘하기 때문에 의약품으로 구분된다.

상한 소시지에서 나온 균에서 유래하여 적은 양으로도 생명체를 죽일 수 있기 때문에 생화학무기에 쓰일 정도로 위험한 보톡스가 식약처에 의해 전문 의약품이자, 재심사 대상으로 지정된 '독소류 및 톡소이드류'로서 엄격하게 관리 되듯이, 필러 역시 '조직수복용 생체재료' 혹은 '조직수복용 재료'로 분류돼 4등급으로 지정된 고위험군 의료기기 제품이다.

이들 둘 다 인체 조직의 대체, 수복, 재건에 사용되는 재료로 동일하나, 생체 유래 재료의 포함 여부에 따라, '조직수복용 생체재료'와 '조직수복용 재료'로 구분된다. 이들은 식약처가 의료기기법으로 관리하는 '의료용품' 중 가장 등급이 높고 사용 빈도가 증가하는 제품이다 보니, 허가 규정도 까다롭다.

먼저 허가증 또는 광고 내용상, '명품, 예쁜, 맑은, 건강한, 활성화, 재생' 등 같은 과학적 증명이나 객관적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운 표현은 엄격히 금지되고, 사용 용량까지 3mL로 제한하고 있다. 만약 3mL를 초과한 용량을 허가받고자 한다면 초과 용량과 관련한 전문가 소견서와 가교제(BDDE) 등에 대한 위해평가 자료를 추가로 제출해야 한다.

또한 히알루론산나트륨, 리도카인염산염일수화물, 폴리락틱산, 폴리디메틸실록산 등 원재료에 대한 CoA, MSDS 등의 성분 자료와 KP, EP, USP 등의 규격 및 성능/효능 관련 시험 자료의 제공을 요구받고, 일반 기술문서에 요구되지 않는 제조공정도를 포함한 제조공정에 대한 설명도 기술문서에 기재해야 한다. 사용목적도 코입주름, 입가주름, 눈가주름 등으로 사용 부위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하고, '얕은(mild), 중간(moderate), 깊은(severe), 아주 깊은(extreme) 주름' 등으로 제품이 적용되는 주름의 정도도 정확하게 기재하기를 요구받는다.

이와 더불어 비흡수성 또는 비분해성 원재료가 포함될 경우, 미간, 눈 주변 등과 같이 피부가 얇고 혈관에 주입될 가능성이 높은 곳에 사용이 금지되고, 미성년자에게 대한 사용도 일반적으로 허용치 않는다. 일반적인 의료기기에는 요구되지 않는 임상시험 결과에 대한 요약도 기술문서의 사용상 주의사항에 기재해야 한다. 적용되는 시험규격의 경우, 30일 이상 조직에 이식되는 이식 의료기기에 요구되는 세포독성시험, 감작시험, 자극/피내반응시험, 전신독성(급성)시험, 아만성독성(아급성독성)시험, 유전독성시험, 이식시험, 발열성시험, 무균시험, 만성독성시험, 발암성시험을 해야 한다.

기타 성능 시험으로는 히알론루산 등 주 원재료의 함량, 삼투압, 점도, 탄성 계수, 입자 크기 등이 있으며, 무엇보다 임상시험 또는 이를 충족하는 자료가 요구된다. 이처럼 복잡다단하고 까다로운 과정과 시험이 요구되니, 식약처가 허가 내어준 필러라면 믿고 사용해봄직함이 아니할 수 없다. 그러므로 '시간을 거꾸로 달리는' 마돈나의 마법의 비밀은 다름 아닌, 효과 좋고 안전한 의료기기 개발에 매진하는 필러 의료기기 기업과 이를 소상히 지도하고 관리 감독하는 식약처의 노고의 결과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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