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TRA, "외국인 부하를 관리하기 위해 신뢰 뿐 아닌 잘 구축된 제도가 필요"

[KOTRA_해외시장동향_2019.10.14]

내 직원을 믿지 못하면, 어떻게 관리를 합니까?

한국에 올 때마다 중국에 법인이 있는 기업의 요청이 오면 방문상담을 나가곤 한다. 얼마 전에는 중국에 작은 법인을 운영하는 회사를 방문한 적이 있다. 이 회사는 중국에 주재원이 상주하지 않고 출장형식으로 관리하고 있다.

현지에 관리 감독하는 주재원이 없다 보니 인사담당 직원이 중국 노동법을 왜곡 보고해 직원들과 잘못된 방식으로 노동계약을 체결했고 그 후유증으로 능력이 부족한 임신 여직원의 권고사직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나는 중국 인사담당자의 자의적인 법해석을 지적하면서 "중국에서는 사업도 중요하지만 내부관리가 잘 안되면 법적 리스크가 매우 큽니다. 인사담당 직원에게 시말서도 받고 감봉도 해 신상필벌을 해야 합니다"라고 약간 겁주는 식으로 말을 꺼냈다.

그러자 대표의 얼굴에 불쾌한 표정이 흐르더니 "아니, 고문님, 제 직원을 믿지 못하면 어떻게 관리를 합니까? 어떻게 자기 직원을 감봉할 수 있습니까? 저는 그런 말씀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유구무언(有口无言), "예, 대표님, 직원을 믿으신다면 '관리'가 필요없겠네요. 바쁘실 텐데 제가 실무자들과 상담을 진행하겠습니다" 그리고 그는 곧 자리를 떠났고 실무자들에게 상담을 해준 후 일정을 마쳤다.

부하는 상사가 기대하는 일을 하지 않고 단지 감독하는 일만  뿐이다

어떤 창업자들은 평소의 자율 경영의 소신을 실현하기 위해 출퇴근 체크도 안하고 고과도 하지 않고 업무권한도 직원에게 모두 위임하는 식의 '신뢰'와 '자율'에 기반한 관리를 실시하기도 한다.  물론 이렇게 '성선설'에 기반해 '무위자연'식 관리를 하면 제도를 만들고 감독을 하는 관리코스트도 낮출 수 있다.

그러나 세상 일은 텍스트의 "이론"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유감스럽게도 젊고 이상에 심취한 초짜 경영자의 사업은 직원관리가 제대로 안돼 결국 문을 닫는 사례가 적지 않다. 왜 그럴까? 이들은 인성의 '이중성'과 '복잡함'을 잘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신뢰' '감독' 대체할 없다

중국의 프랜차이즈 식당으로 최고의 명성을 떨치고 작년에 상장까지 한 샤브샤브점 하이띠라오(海底捞) 역시 신뢰 문제로 홍역을 겪은 바 있다. 수년 전에 경영진 중 한 사람이 "개방식 주방" 체제를 건의했다. 홀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해 주방내부와 요리과정을 외부의 고객들이 눈으로 보고 확인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장회장은 직원들이 그런 식으로 감독을 받게 되면, 불신감과 좌절감을 느낄 수 있다며 거절했다.

그런데 2017년 8월 하이띠라오의 한 북경점포에서 주방에 쥐가 뛰어다니고 위생상태가 엉망인 현장이 TV 매체를 통해 폭로됐다. 이로 인해 하이띠라오가 오랫동안 쌓아 올린 브랜드 이미지에 상당한 타격이 가해졌다. 장회장은 이런 사태를 거치면서, "신뢰는 감독을 대체할 수 없다"는 인식을 갖게 되었다. 그는 모든 프랜차이징 식당의 주방을 외부 고객들도 투명하게 볼 수 있도록 CCTV모니터링 시스템을 설치했다.

사람은 당신이 기대하는 일을 하지 않고단지 당신이 감독하는 일을  뿐이다
People will not do what you expect, but do what you supervise.  GerstnerIBM前총재)

학교에서 시험제도를 취소하면,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학습을 할 것인가? 학교의 "시험"은 일종의 "검사"인 셈이고, 직장에서는 "고과"라 불린다. 만일, 감독과 검사가 없다면, 자율성이 강한 일부 10%-20% 정도의 직원을 빼고, 대부분 직원들의 근무 긴장도나 산출 성과는 필연적으로 낮아질 수 밖에 없다.  

직장에서는 많은 회의가 열린다. 예를 들어, 주간 회의 시, 직원들이 발표하면, 경영자나 상사는 개선이 필요하거나, 기대하는 사항을 코멘트 한다. 그런데, 이러한 개선의 요구와 기대를 구체적인 "액션플랜"으로 전환시켜, 집행상황을 계속 감독 관리하지 않는다면, 회의는 말의 풍성한 잔치로만 끝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상사의 요구와 기대를, 어떻게 구체적인 액션플랜으로 전환시킬 것인가? 이를 위해서는 한국식의 인품과 능력을 평가하는 주관성 지표 위주의 "인사고과"에서 탈피하여, 회사와 상사가 요구하는 업적과 임무지표를 중심으로 구체적인 지표를 설정하고, 단기간 주기로 성과를 체크하여, 그 결과를 성과급과 연동시키는 중국식의 "업적고과"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물론, 신뢰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다. 어떤 조직이든, 신뢰관계의 형성은 중요하다. 신뢰가 있어야 상하간 마음을 합쳐서, 팀워크의 발휘가 가능하고, 조직의 목표를 위해 함께 분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신뢰만으로는 이익의 유혹에 빠지는 것을 막을 수 없다. 권력의 집중을 막고 상호 견제를 위해, 국가에 "3권분립"이 필요하고, 말에는 고삐가 필요하듯이, 직장에는 직무와 사람간에 "체크 & 밸런스", 즉, 상호 견제와 억제를 통한 밸런스가 필요하다. 

"성악설의 가설" 기반을  제도 구축이 필요하다

사람은 모두 인성의 2중성을 보유한다. 선한 일면도 있지만, 태만과 탐욕이라는 악한 일면도 병존한다. 악한 인성의 일면은 정도의 차이는 크지만, 누구에게나 존재한다. 따라서, 일단 피관리자를 "나쁜 사람"으로 가정을 하고 "성악설"에 근거하여 제도를 설계하고 감독을 실시해야 한다. 

회사 이익에 손해를 끼치는 "불량 행위"에 대해서는 상응하는 처벌조치를 만들어야 한다. 물론, 징계규정이 있다고 해서, "나쁜 사람"이 "좋은 사람"으로 바뀌지는 않는다. 그러나, "악한 인성"을 억제하는 제도가 없으면, "좋은 사람"도 "나쁜 사람"으로 변할 수 있는 것이다.

외국에 사업장을 만들어 우리와 문화와 사고방식이 다른 외국인 부하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신뢰"만으로는 안 된다. 현지실정에 어두운 상황에서, 우리의 "선의"가 악용되지 못하게, 제도를 잘 구축하고, 감독관리를 게을리 하지 않는 것이 경영의 중요한 과제 중 하나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작성자: 이평복 BKC고문, 이맹맹 중국 칭다오무역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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