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허버트 펜스터하임·진 배어, 출판사 말글빛냄

당돌한 심리학 : 자기주장을 위한 표현의 기술 

사례 1. 점심으로 매일 땅콩 샌드위치를 가져오는 회사 동료가 있다. 점심 뚜껑을 열자마자 얼굴이 찡그리며 "아! 또 땅콩 샌드위치구나"라며 먹기 시작한다. 이것을 보다 못한 친구가 "그럼 부인에게 다른 샌드위치로 바꿔 달라고 해"라고 하자, 약간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그건 못한다고 한다. "왜?"라는 질문에 이 땅콩 샌드위치를 매일 아침에 만들어 오는 것은 자기 자신이라고 했다. 

사례 2. 주변에 동료들이 갖는 고민 중에 '할 수 없다'는 이유에 대한 고민을 많이 듣게 된다. '내가 일을 못 하는 것은 무엇 때문이야', '내게 만약 이런 권한이 있다면 할 수 있을 텐데', '내가 하면 그렇게 안 할 거야'하고 여러 이유를 대지만 결국 결론은 본인이 할 수 없는 남 탓이다.

사례 3. 항상 어떤 설명을 장황하게 하는 습관이 있는 사람들이 있다. 회의가 시작되고 자기 차례가 되어 설명하기 시작하면 이야기의 전개 부분에 온갖 이유를 가져다 붙인다. 이야기는 길어지고 요점은 불분명하다. 본인도 이야기하던 중 무슨 말을 하려는지 잊게 되고 결국 이야기는 더 길어진다. 보다 못한 주변 동료가 '그래서 네가 말하고자 하는 게 이 거지'라고 요약을 해줘도 인정하지 못하고 이야기는 끝을 내지 못한다.

사례 4. '빈 둥지 증후군'이 있다. 주로 소속감을 잃어버린 경우나 자신이 몰입한 일의 성취 후에 오는 공허감이다. 흔히 아이의 뒷바라지를 열심히 하고 사회로 떠나보낸 부모에게 나타나는 현상으로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상실감이다. 때론 우울증 증상을 보이며 감정의 어려움을 호소한다. 

위의 여러 가지 예는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는 동료들의 경험담 중 하나다. 누구나 한번은 겪거나 상담을 받을 만한 일이지만 원인에 대한 분석과 타성으로부터의 탈출은 버거운 경우가 많다.

땅콩 샌드위치의 예는 문제에 대한 인식뿐 아니라 행동의 변화에 대한 어려움을 표현한다. 담배를 피우는 게 나쁘다는 것은 알고 있다. 가래가 끓어 오르고 숨이 막힌다. 매일 계단을 오르며 버거워하면서도 금연 권유에 눈을 돌린다. 그리고 오히려 자신에게 타이른다. 하루에 한 갑뿐이 안 피우니 괜찮다고. 

전형적인 인지 부조화다.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나 노력보다는 안 될 가능성에 대해 과대 계상해 어떤 일이든 부정적인 이유만 백 가지를 만들어 낸다. 자의식의 과잉이 문제가 아니라 자신감의 결여다. 원인이 본인에 있음을 애써 무시하고 외부 환경에 대한 핑계와 구실만 찾는다. 이런 경우 대부분 결과에 대한 책임도 회피하는 경우가 동반된다. 전형적인 회피 현상이다. 

본인이 할 수 있는 일조차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항상 최적의 조건이 아니면 새로운 시도는 하지 않게 되지만 실체는 본인의 능력 결여임을 인정하고 노력해야 한다.     

어떤 설명이든 길고 장황하게 하는 이유는 피상적 감정의 소유자이거나 욕구를 분명하게 표현하지 못하고 대화 상대자와의 신뢰가 모자란 경우가 많다. 결국, 본인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분명히 모르기 때문에 여러 가지 정황을 한 번에 모으고 연결해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설득 실패에 대한 거절이 주는 부담을 최소화하고 싶지만 이런 경우 결국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자기주장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의 유형이다. 

빈둥지 증후군 역시 같은 맥락이다. 나는 없고 대상만이 존재하고 몰입한다. 자신을 강화시키는 인자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강화 인자 없이 사는 보통의 생활방식으로는 만족스럽게 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만남이나 취미도 없이 혹은 수년간 휴가조차 가지 않는다. 도무지 재미있는 소재를 찾을 수 없다면 빈둥지 증후군이나 강화 인자를 상실한 것이다. 

'당돌한 심리학'은 미국심리학회에서 최고의 걸작으로 선정한 심리학의 고전이다. 이 책의 특징은 분석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각 상황에 따른 해결 방법을 제시하고 따라갈 수 있게 설명해준다.

저자는 자신 있는 게 아니라는 것에 대해 '예'라고 답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뉴저지 주립대학교의 아놀드 라자루수 박사는 "사람이 괴로워하면서라고 옳은 것과 그릇된 것의 범위를 마음대로 정해 놓고 정서적 감옥 또는 제한된 틀에 자신을 가둬버린다"라고 했다. 자신의 틀 안에서는 어디든 갈 수 있지만 틀 밖을 벗어나는 순간 어찌해야 할지를 모른다. 누가 자신의 틀 안으로 들어올 때 역시 마찬가지로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 지에 대한 확신이 없으니 '아니'라고 답해야 할 때 '예'라고 답한다는 것이다. 

반복이다. 시간이 지나서 고민한다. 자신의 답변이 부적절하다고 느끼는 순간 감정이 동요되고 자신감을 상실한다. 그리고 다시 부적절한 행동을 하는 것이다. 이 순환에서 벗어나는 길은 불편함에 대한 자각이 올 때 가차 없이 ‘아니’라고 표현해야 한다는 점이다. 필요하면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저서의 여러 예가 제시되는데 극단적인 사례들이 있기는 하지만 정도의 차이지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사례들이다. 그리고 예를 예라고 아닌 것을 아니라고 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질 때 비로소 나에 대한 존중과 자각이 내 삶을 변화시킨다. 

자기주장 훈련은 저자의 30년 연구 결과의 집대성이라고 한다. 20년 동안 전통적인 정신분석학적 연구와 10년간의 행동요법에 대한 검증 후 이룬 과학적·임상적 연구의 성과물인 만큼 신뢰할 수 있는 방법이자 쉬운 언어로 설명했다.

저자 허버트 펜스터하임과 진 배어는 부부다. 펜스터하임은 컬럼비아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한 뒤 석사학위 후에 뉴욕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정신분석과 행동 치료를 결합해 연구했다, 코넬대학 정신의학과 심리학 교수이며 현재 정신분석 치료전문가로 활동 중이다. 진 배어는 펜스터하임의 부인이자 저술가로, '크리스찬 사이언스 모니터' 등을 비롯한 여러 여성지에 기고 활동을 하고 있다. 

옮긴이는 이양희로 미시간 주립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2009년 1쇄가 발행됐고 2011년 11쇄가 발행됐다. 도서출판 말글빛냄에서 책을 펴냈다.

[기고자 소개]
이태윤
자유와 방임을 동경하고 꾸준한 독서가 아니면 지능이 떨어진다고 믿는 소시민이며 소설과 시에 난독증을 보이는 결벽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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