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앵거스 디턴, 출판사 한국경제신문사

위대한 탈출 : 건강, 부 그리고 불평등의 기원

앵거스 디턴의 위대한 탈출은 부와 빈곤 그리고 불평등에 관한 그의 경제학적 견해를 설명한 책이지만 한국에서 출간 초기부터 번역과 해석에 대한 문제로 더 유명해진 저술이다. 

당시 논란의 핵심은 번역과정 중에서 정치적 편향이 개입하여 일부 문구가 오해 소지를 불러일으킬 수 있으며 이를 이용하여 마치 디턴의 연구 성과가 불평등에 대한 사회경제학적 해결을 부정하는 듯한 인상을 줬다는 점이다. 

디턴의 저작과 더불어 비교 대상으로 이용된 대상이 프랑스 학자 피케티의 연구 결과다. 부의 편중과 사회적 불평등의 상관관계를 연구한 그의 저서가 화두가 되자 일부 보수편향의 학자들에 의하여 피케티 대 디턴의 논란으로 둔갑하여 마치 두 경제학자가 상반되는 이론을 주장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피케티는 알려진 대로 불평등의 심화로 인한 사회적 갈등과 이로 인한 직간접의 피해를 구체화하였으며 결국 부의 양극화를 문제로 파악하고 이를 해소하려는 방법으로 과감한 세제개편을 통한 부의 집중화를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티턴의 경우도 그의 부제에서 보듯이 보건과 부 그리고 불평등의 기원에 대한 연관을 통하여 경제의 발전이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는 데 실패했으며 이를 통하여 인류의 건강에 대한 혜택 역시 부의 불평등과 같은 양상으로 나빠지고 있다고 확신했다. 

두 거장의 이론을 보면 연구의 소재도 같고 방향도 비슷하다. 하지만 두 이론을 대립 시각으로 만들었을 경우 완전히 다른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당시 대척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들은 피케티가 주장하는 부의 재분배가 디턴은 동의하기 어려운 주장이며 오히려 불평등이 경제적 발전을 위하여 필요한 면이 있고 이를 해소하기 위하여 경제가 더 발전해야 하고 이를 통한 전체적인 기준이 상향 조정되므로 결국 혜택이 모두에게 돌아간다고 해석하고 이를 일부 디턴 저서의 서문 등에 넣었다.

하지만 디턴은 그의 저서에서 피케티의 주장에 상당한 공감을 표시하며 역시 불평등에 대한 인위적 개입을 통하여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한 바가 있으나 일부 학자는 대한 의도적인지는 모를 왜곡이 존재했다. 

어느 사회나 사회적 불평등 중에 가장 심한 분야가 보건에 대한 차별이다. 국가 보험 체계에 의하여 운영되는 영국에서조차 블랙북이라고 하는 영국 내 보건 분야의 조사 보고서가 발간되었을 때 단지 영국뿐 아니라 모든 나라에서 깊은 우려와 관심을 보이고 자국의 보건의료 정책에 대한 방향 설정에 참고했다. 

당시 보고서는 영국의 지역별 보건의료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지역별 격차가 매우 높게 나타났다. 더 문제인 것은 지역별 격차가 소득에 따른 차이와 상관관계가 있으며 결국 빈곤층에 대한 질병 치료와 예방에 대한 혜택에 차별로 존재하고 이는 평균 수명에도 영향을 준다는 점이다. 

뒤이어 발표된 피케티 이론은 이를 경제학적 이론으로 뒷받침하여 소득의 양극화가 어떤 사회적 결과를 가져오는지를 분석했고 이를 접한 많은 정책 입안가나 학자들은 피케티식의 해법에 대한 적용을 고민하였다. 

물론 이를 동의하지 않는 부수적인 학자나 정책입안자 또한 많다. 그들은 지난 100년간의 통계를 보면 어찌 되었든 모든 지표는 향상되었고 이를 통한 삶의 질은 높아졌으며 양극화를 논하기 전에 발전에 대한 혜택의 범위를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부 학자는 불평등에 대해 디턴은 입장에 이론적 근거를 주어 불평등에 대한 부정적인 면만을 강조하기보다는 점진적으로 성장 주도형의 전략을 구성하는 것이 역시 모두의 삶을 향상하게 시키는 데 일조한다고 주장했는데 이것은 사실이 아니었다. 

이 오역 논란은 국내 학자들의 문제 제기와 함께 디턴 교수와 출판사에 해당 사실을 알려 곧 시정되었다. 출판을 맡았던 한국경제신문은 즉각 인쇄된 책을 전량 회수하겠다고 했으며 반품을 받고 이후 개정된 책을 다시 출간하였다. 

논란이 있기는 했지만, 불평등에 대한 노학자의 주장이 주는 파급효과는 컸다. 당시 우리나라를 휩쓸던 부의 편향과 재분배에 대한 뜨거운 논란이 얼마나 치열했는지에 대한 척도가 될 수 있는 사건이기도 했다. 

결론이 어찌 되었건 디턴 입장에서 보면 가장 거대한 경제 성장을 가져온 미국이 불평등에 관하여 역시 심화된 사회적 갈등 양상을 보여 준다는 면은 개선의 여지가 있다. 이를 바로 잡기 의한 그의 제안 역시 주목 할 만하다. 

디턴은 그의 저서에서 불평등을 영속화하는 몇 가지 사례를 보여 준다. 불평등에서 벗어난 계층이 뒤에 따라서 와야 하는 계층과의 구별을 위하여 사다리를 치워버린다거나 아니면 일부 준비되지 않은 저개발국의 지원이 독재자의 손에 들어가 오히려 부정부패의 원천이 되어 빈곤국의 회생 의지를 낮추는 현상을 보며 이는 부정적 의미의 불평등이라고 한다. 

‘미국의 99%를 위하여’란 사회적 운동을 보면 일부 재무전문가에게 과다한 급여를 주는 것도 역시 불평등에 대한 부작용이라고 지적한다. 우리나라도 문제가 된 가장 낮은 직급의 직원과 회사 대표의 임금 격차가 주는 적정성 논란 역시 불평등에 대한 현상 중 하나다.

불평등이 긍정적인 면이라면 이를 통한 동기 유발을 줄 수 있고 경제 성장에서 나타나는 피할 수 없는 현상 중 하나라는 면도 있다. 

제목처럼 위대한 탈출이란 결국 인류가 지향해야 하는 방향이다. 불평등에 대한 우리의 개선 노력이 지속되어야 하며 특히 보건의료 분야는 다른 많은 방법 중에서 그 우선순위가 높다. 이유는 다름 아닌 불가역적이며 생명에 대한 존엄성이 다른 어는 가치보다 상위에 있기 때문이다. 

보편적 복지에 대한 논의가 단지 질병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결국 생활 환경과 삶의 질이라는 예방의학적 분야까지 확대돼야 하고 이를 통한 복지의 확대 방안이 주목받는 것도 이것 때문이다.

소득주도형 성장이 어렵지만, 대안이 돼야 하는 이유는 사회적 불평등에 대한 원인을 해결하는 것과 동시에 노동에 대한 사회적 가치를 재평가하여 일하는 자들에 대한 적정한 보상이 경제 순환의 기본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아직 불평등에 대한 해법에 사회적 합의를 이뤄내지 못하였지만, 디턴은 우리에게 불평등에 대한 해법을 포기하지 않을 이유는 제시한다.

앵거스 디턴은 에딘버러에서 광부로 시작하여 측량 기사를 했던 아버지의 열정적인 교육열과 기대로 스코틀랜드 명문 공립학교인 페츠칼리지를 졸업하고, 1975년 케임브리지대학에서 ‘소비자수요 모델과 영국에의 적용’이라는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디턴은 1978년 미국 계량경제학회가 2년마다 해당 분야에서 5년간 제출한 논문을 대상으로 선정하는 프리시 메달의 첫 번째 수상자가 되었다. 그가 본격적으로 경제학계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은 1980년 존 무엘바우어 교수와 함께 이상 수요체계로 알려진 AIDS모델을 고안하면서부터다. AIDS모델은 소비자행동을 연구하는 경제학자들이 기본적으로 사용하는 소비자수요 모델로 자리 잡았다. 

그는 미시경제학 차원의 소비자 행동에 대한 분석 외에도 세계 빈곤의 측정, 보건경제학 및 경제발전 등에 관해서도 폭넓게 연구하고 있다. 특히 그가 개발한 빈곤측정방식은 경제학자들에게 벤치마킹이 되고 있다. 2007년 미국 경제학회 회장으로 선출됐으며 영국 왕립경제학회에서 발간하는 뉴스레터의 고정 필자이기도 하다. 프린스턴대학 경제학과 교수이자 우드로윌슨스쿨WWS의 드와이트 D. 아이젠하워 석좌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가에서 2016년 출간하였으며 번역은 충남대학교 항공우주공학과를 졸업하고,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학에서 통번역 석사 학위를 받은 이현정님과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이동통신과 휴대전화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일했던 최윤희님이 했다. 

[기고자 소개]
이태윤
자유와 방임을 동경하고 꾸준한 독서가 아니면 지능이 떨어진다고 믿는 소시민이며 소설과 시에 난독증을 보이는 결벽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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