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 의료기기 시장 진출 위한 제언

■ 해외 의료기기 시장 진출 위한 제언

"국내 제조사-글로벌 기업 협업은 상호 성장 기회"

글로벌 기업과 협업 시 제휴 모델의 명확한 목적과 방향성 갖춰 협의해야

▲김 동 우
메드트로닉코리아
사업개발·전략담당 상무

국내 의료기기 업체의 해외 수출 현황
우리나라 의료기기 시장은 꾸준한 성장을 거듭해 2017년 기준 58억 달러 규모의 세계 9위 시장을 형성하고 있으며, 이는 전 세계 의료기기 시장의 1.6%에 해당한다. 특히 해외 시장 가운데서도 전 세계 의료기기 시장의 43.5%(1,549억 달러)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 의료기기 시장인 미국은 물론이고 각각 세계 시장의 5% 이상을 차지하는 독일(7.3%, 259억 달러), 일본(7.2%, 255억 달러), 중국(6.0%, 214억 달러) 등은 국내 의료기기 업체의 주요 수출 대상국으로 추가 성장에 대한 전망을 밝게 한다.

전체 규모 측면에서도 우리 나라 의료기기 업체의 연간 수출액은 30억 달러 규모로 성장했고, 이는 의료기기 수출액 기준으로 세계 14위에 해당한다. 의료기기 업체들이 수출 증대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글로벌 기업과의 협업을 통한 세계 시장 진출에 대한 관심 역시 증대되고 있어 이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우리나라 의료기기 업체의 공통적 고민
우리나라 의료기기업체가 갖는 특성을 설명할 때 가장 먼저 언급되는 것이 '영세성'이며, 많은 업체가 규모의 열위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제약 요인을 안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은 수출액 규모 별 의료기기 업체의 비중에서도 발견되는데, 2016년 기준 수출액 20만 달러 미만인 업체의 수는 전체의 39.7%인 352개, 수출액 20만 달러~50만 달러인 업체의 수는 16.6%인 147개에 달하는 반면, 수출액 1,000만 달러 이상인 업체의 수는 55개(6.2%)에 불과하다.

업체의 규모가 작다 보니 해외 주요 의료기기 시장 진입에 필수적인 인허가 업무를 담당할 내부 인력이 없는 경우가 많고, 인허가를 위해 필요한 임상을 설계하고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이 부족한 경우도 많다. 임상, 인허가를 위해 동반되는 대규모 자금을 자체적으로 확보하는 문제도 국내 중소형 의료기기 업체의 경영진이 갖는 고민이다. 마케팅과 관련한 고민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또한 상당수 국내 의료기기 업체가 해외 시장 진출 경험 부족과 해외 시장 전문가와의 네트워크 부재로 진출 대상 제품에 최적화된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는 데 어려움을 경험한다.

내부 역량의 문제와는 별도로 해외 주요 의료기기시장 자체의 특성으로 인해 파생되는 각종 요구사항이 국내 의료기기 업체의 해당 시장 진출에 큰 장벽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인허가 취득 과정에서 겪게 되는 해외 업체에 대한 유무형의 차별, 광대한 지역 시장 전체를 담당할 수 있는 판매망 구축의 어려움 등이 가장 빈번히 언급 되는 애로사항이다.

지속 성장 추구하는 글로벌 기업의 고민
주요 의료기기 시장인 선진국 시장의 성장률 둔화, 점진적으로 강화되는 인허가 요건, 지속적인 혁신 제품을 요구하는 시장의 기대 등은 초과 성장을 달성하고자 하는 글로벌 기업에게도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천문학적인 규모의 연구개발 예산을 투입한다고 해도 모든 신제품이 기대 이상의 혁신을 가져온다는 보장은 없기에 글로벌 기업 입장에서도 점차 외부의 혁신 기업과의 제휴를 통한 성장 기회를 모색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혁신성 측면 외에도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 기업의 특성상 신흥 시장에 적합한 가격 경쟁력을 가진 제품을 자체적으로 개발 및 생산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는다.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외부 업체와의 제휴를 추구하는 경우도 있다.

글로벌 기업과의 협업을 통한 기대 효과
우리나라 의료기기 업체 입장에서는 글로벌 기업과의 협업이 성사될 경우에 앞서 논의한 바 있는 해외 시장 진출과 관련된 고민 사항을 일정 부분 해소 할 수 있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첫 째, 연구실(Lab) 기반의 신생 업체 혹은 초기 스타트업의 경우에는 사업화 경험이 풍부한 글로벌 기업과의 제휴 협의 과정을 통해 초기 단계 개발 제품을 실제 해외 시장에서 적극적인 수요가 존재하는 제품으로 업그레이드하는 데 있어서 실질적인 도움을 얻을 수 있다.

둘 째, 글로벌 기업이 보유한 임상 및 인허가 인프라를 활용함으로써 글로벌 시장 진출에 필수적인 인허가 업무를 전략적, 안정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

셋 째, 진출 대상 시장 전체를 효과적으로 담당할 수 있는 글로벌 기업의 자체 판매망을 활용할 수 있어 안정적인 매출 증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넷 째, 선택적인 사항이나 상호 합의가 이뤄질 경우, 생산 시설 증대에 필요한 자금 투입을 위한 소수지분 투자(Minority Investment) 및 제품 신뢰성 제고를 위한 글로벌 기업 브랜드 활용도 함께 검토할 수 있다.

글로벌 기업과의 협업 추진 시 고려할 사항
일반적으로 글로벌 기업과의 협업이 여러 장점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이와 같은 해외시장 진출 접근법이 반드시 정답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렇다면 글로벌 기업과의 협업을 추진할 경우 고려해야 할 사항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첫 째, 협업 추진 상대로 상정한 글로벌 기업의 보유 제품군에 대한 충분한 사전 검토를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상 글로벌 기업이 세계 선두권의 매출액을 자랑하는 대형 기업이라 할지라도 모든 제품군을 개발, 판매하고 있는 것은 아니기에 국내 의료기기 업체가 제휴를 추진하려는 제품군이 글로벌 기업의 제품군과 충분한 접점이 있는지 사전에 파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둘 째, 일반적으로 조직 규모가 크고 복잡한 의사 결정 구조를 가지고 있는 글로벌 기업의 특성상 제휴 추진 과정에서 예상과는 달리 오랜 시일이 소요될 수 있다는 부분을 감안하고, 외부 투자 유치, 제품 허가, 해외 판매 개시와 관련해 충분한 시간을 확보하고 사업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와 같은 시간적 변수를 고려하지 않은 채 글로벌 기업과의 제휴를 추진할 경우에는 기존 사업 계획이 지연되는 경우가 발생하게 된다.

셋 째, 혁신성이 매우 높은 제품일 경우 예외적으로 특허 단계부터 투자 검토를 진행하는 경우가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해당 제품의 안전성, 유효성을 입증할 수 있는 임상 자료를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임상 자료가 부족할 경우에는 관련 논문, 전임상 자료 등 각종 보완 자료 확보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

넷 째, 국내 의료기기 업체 입장에서 글로벌 기업과의 제휴를 통해서 얻고자 하는 효과, 그리고 실제 달성하고자 하는 제휴 모델에 대한 명확한 그림을 갖고 협의에 임하는 것을 추천한다. 목적과 방향성이 명확할 경우 상호 협의 과정에서 Win-Win이 가능한 최적의 제휴 모델이 도출될 가능성이 더 높아지는 경우가 많다.

메드트로닉 아시아 혁신 콘퍼런스
메드트로닉은 추가 성장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우수 의료기기 제품을 발굴하고, 한편으로는 국내 의료기기 업체가 메드트로닉이 제공하는 플랫폼을 통해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의료기기 시장에 원활히 진출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목적으로 아시아 혁신 콘퍼런스를 기획, 주관한 바 있다.

메드트로닉의 사업 부서인 심장, 일반외과, 척추·신경, 당뇨에 연관된 제품군으로 파트너링 상담회 신청 자격을 제한했으나, 총 72개 업체가 참가를 신청하고, 최종적으로 15개 업체가 현장 파트너링 상담회에 참석했다. 이를 위해 진출 대상 국가에서 근무하고 있는 주요 제품 전문가들이 직접 한국을 방문하고 파트너링 상담회에 참여한 국내 의료기기 업체와 적극적으로 제휴 방안을 논의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필자는 본 콘퍼런스를 통해 해외 시장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는 국내 의료기기 업체의 잠재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탄탄한 이론적 배경과 대학의 우수한 연구 지원 환경에서 자라난 연구소 창업 기업과 한국이 이미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IT, 바이오 관련 기술 기반의 융합형 창업 기업의 우수성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메드트로닉은 향후에도 우리나라 의료기기 업체의 해외 시장 진출에 기여할 수 있는 플랫폼의 개발, 운영을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며, 이런 노력을 경주하는 과정에서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와의 협업 방안도 함께 모색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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