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에 바란다 : 의료기기산업 발전(2), 고정택 알로텍 대표이사

■ 정부에 바란다 : 의료기기산업 발전(2)

"정부,‘의료용 소모품’ 개발에 관심 가져야"

범부처 아우르는 '의료기기산업 발전 통합 조직' 신설해야

▲ 고정택    
알로텍 
대표이사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을 맞이해 국내 의료기기산업은 중대한 기로에 놓여있다. 지금까지 국내 의료기기산업은 우수한 기술력과 품질, 근면, 성실함을 바탕으로 성장을 했으나 4차 산업혁명의 근간을 이루는 최첨단 고부가가치의 혁신 의료기기 시장은 사실상 해외 다국적 기업에 이미 그 시장을 빼앗겼다 해도 무방할 정도이다.

지난 10월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발족하고, 뒤늦게 보건의료분야를 책임질 ‘헬스케어특별위원회’가 설치되는 등 국내 의료기기산업 발전에 관해 뒤늦게나마 정부 당국의 관심이 표명됐다. 또한 2017년 12월 ‘의료기기산업종합발전계획’을 발표해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발표됐다.

여러 산업 중 그 중요함의 경중이 없겠으나, 우리나라는 곧 노인 인구 비율이 2018년 약 14%에서 2026년 약 20%의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다. 따라서 의료비의 지출 및 의료기기 수요가 가파르게 증대될 전망이다. 이 때문에 국민의 건강과 생명이 직결되는 의료기기산업은 4차 산업혁명 과제 중에서도 최우선으로 고려돼야 할 매우 중요한 과제임이 자명한 사실이다.

이번 정부에서도 역시 세계 7대 의료기기 강국으로의 도약을 선언했다. 현재 상황은 어떤가? 과연 실현 가능한 목표인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필자는 정형외과 의료장비와 소모품을 제조 및 수출하는 회사의 대표로서 의구심이 든다. 일부 제품군인 초음파 영상장치, 개인용 온열기 등 장비들이 상위 수출품목들이다. 이런 장비들의 수출이 치료기기 분야의 소모품에 비해 상당한 격차를 보이고 있다.

고령화 시대 수술용 소모품 발전 필요

필자는 이런 진단 장비 및 개인용 의료기기의 수출의 문제점을 얘기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의료기기 분야에서 이미 존슨앤드존슨메디칼은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여기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본다. 물론 이 회사는 진단 장비에서 차지하는 매출도 크지만 주목할 것은 특히 의료용 소모품 중에서 ‘수술용 소모품’에 대한 비중을 살펴보아야 한다. 의료기기산업은 균형 잡힌 발전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대표적인 수출산업으로서 타산업 군이지만 조선업의 불황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본다. 장비산업만으로는 언제든 한계가 올 수 있다는 점이다.

앞서 얘기했듯이 초고령화의 한국사회를 생각할 때 수술의 빈도는 커질 수밖에 없고, 의료 비용이 증가하며 관련 의료기기의 사용도 높아질 것으로 본다. 현재 국내 치료 의료기기 분야의 기술격차는 미국과 비교해 2.4년으로 일본의 1.2년 유럽의 0.9년에 비해 크게 뒤처져 있다고 보고돼 있다.

하지만 제조기업 입장에서는 이 같은 기술격차는 착시효과가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High-Tech 분야가 아닌 Med-Tech/Low-Tech 분야는 인도, 파키스탄, 중국 등의 저가 공세로 국내 의료기기산업이 고사 상태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High-Tech 분야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아 지원받고 성장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런 High-Tech도 Mid/Low-Tech 분야의 뒷받침이 없다면 지속 가능하다고 보지 않는다. 한국의 발전이 어떻게 이뤄졌는지를 정부는 한 번 더 고심해야 할 대목이다. 도로, 항만 등의 인프라 구축에 이은 철강, 시멘트, 석유화학 등의 중공업 산업 그 이후 반도체, 디스플레이, 자동차 산업이 대한민국의 현재를 있게 한 원동력이었음을 상기해야 한다. 이제 4차산업혁명 시대에 있어서 금융, IT, 의료 분야는 미래 먹거리임이 틀림없다. 누구나 이런 총론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즉, 실제 필자가 현장에서 느끼는 체험도는 별반 나아지지 않고 있다.

의료기기 시장 선점 위한 환경 조성해야

필자가 종사하는 의료기기산업의 영역은 Mid-Tech 분야로서 의료용 소모품의 개발을 위해 10여 년간 노력해 다수의 지적 재산권의 보유 및 생산 기술을 갖췄음에도 국내에서의 판로가 막혀 수출로 타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해외시장 진출에 있어서 각국 바이어의 요구는 개발국이며 생산국인 대한민국 의료기기 제품이 자국에서 어느 정도 시장성을 차지하고 있는지에 대한 문의로 시작되며, 미약한 국내 실적으로 인해 결국 계약이 성사되지 못하는 사례가 빈번했다.

그럼에도 개발 제품의 첨단 기술을 인정받아 미국, 유럽의 수출을 시작했으나, 결정적으로 국내에서의 공신력 있는 가격과 판매 현황을 지속적으로 요구는 상황에서 수출 확대의 해법을 찾고 있지 못해 고민이 크다. 인생을 마라톤에 비유하듯이 마라톤은 기초체력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이와 마찬가지로 High-Tech를 육성하기 위해선 의료기기산업도 Mid/Low-Tech 분야에 대한 기초 체력을 갖출 수 있도록 정책적인 고려가 절실하다.

의료기기산업 발전에 대한 정부의 다양한 정책이 추진되고 있지만 한계점이 명확하다. 그 이유는 정부의 원초적인 한계점이라고 생각한다. 세계적인 기업이 새롭게 탄생되는 미국을 보면 네거티브 정책이라는 근본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는지 판단해 본다. 중국의 경우 불법과 합법이 명확하지만 신사업에 대해서는 초기에 합법인지 불법인지에 대한 판단을 유보한다. 만약 자국 산업과 자국민에 해롭다고 판단했을 때는 곧바로 규제를 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알리바바와 같은 회사가 세계적인 회사로 성장할 수 있는 터전이 됐다. 대한민국은 어떤가? 아쉽지만 합법과 불법이 명확해 많은 신산업에 대해 허가를 기다리다가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빈번하다. 일부 대기업의 경우 대외협력팀 등의 자체 사업부가 있어 정부와의 소통이 가능하지만 중소기업은 사장 또는 일부 임원들이 대응하다 보니 결국 사업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필자는 진정한 의료기기산업 발전을 위해서 주무부서인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뿐만 아니라 중소기업벤처부, 산업통상자원부, 의료기기산업계를 아우르는 TF팀 신설을 기대해 본다.

맺음말

경제계 원로이신 조순은 “국가의 부는 기업이 만든다”라고 일갈했다. 경제는 경제 원리로 움직이듯이 의료시장은 의료시장에 과감히 맡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계가 변하고 있고, 한국 사회가 변하고 있다. 정부에서 이미 밝혔듯이 이런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규제를 개선하고자 하는 방침에는 동의한다. 의료기기는 특성상 여러 분야의 다각적인 규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어느 한쪽만의 규제 개선으로는 힘을 발휘할 수 없다. 이번 정부 발표에는 이런 점에 대한 고려로 임상, 교육, 허가, 급여, 수출 등에 대해 광범위한 처방을 마련해 상당히 고무적으로 평가하며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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