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박진빈, 출판사 책세상

도시로 보는 미국사 - 아메리칸 시티, 혁신과 투쟁의 연대기

어느 나라든 여행을 하다 보면 방문하는 도시의 역사적 배경에 대해 궁금 할 때가 있다. 특히 미국의 도시는 흥미롭게도 사회적 배경과 인종에 따른 주거지가 확연히 나눠져 있음을 볼 수 있다. 대부분의 대도시에는 빈민가가 있기 마련이지만 미국이 갖는 인종에 따른 주거지의 구분은 미국 역사의 산물이기도 하다.

미국의 도시 발전사에 있어서 의미 있는 몇 곳을 살펴 보자. 독립 100주년 박람회가 열렸던 미국의 역사 도시 펜실베니아, 아름다운 호수를 배경으로 높은 빌딩 숲을 이룬 시카고, 사막을 낙원으로 만들었다는 로스앤젤레스, 쇼핑몰과 교육의 도시 아틀랜타, 도심지 재계발의 표본인 세인트 루이스, 미국 인디언 18개월의 해방구로 이름을 떨친 앨커트레즈, 미국의 수도이자 기념관의 상징인 워싱턴 DC, 젠트리피케이션의 최전선이라는 뉴욕이 대표적이다.

앞서 열거한 도시들의 공통점은 어떤 것이 있을까? 누구나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대표적인 미국의 대도시들이지만 그 이면에 있는 도시 발전사에는 인종간 갈등과 희생이 존재했다.

저자는 도시에 대한 정의부터 분명히 해 시골과의 차이를 구별 하고자 한다, 미국에서 사전적 의미의 도시라고 하면 자치단체로 인준된 2500명 이상의 인구를 가진 마을로서 시장에 의해 운영되는 도회지를 뜻한다고 한다. 도회지란 농업 이외의 산업인 상업, 유통업, 금융업이 발달한 마을을 의미한다. 미국의 지명을 보면 City이외에 Town, Village, Borough등의 마을 이름을 볼 수 있는데 City는 행정력을 가진 마을을 뜻하고 그보다 규모가 작은 도회지 성격을 다른 이름들로 부르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도시와 사전적 의미의 도시는 큰 차이가 존재한다. 이유는 도시를 문화까지 포함한 광의의 개념으로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사전적 정의를 넘어선 대규모의 도시를 다른 이름으로 메트로폴리탄이라고 부른다. 독특한 정체성을 갖고 있으며 출퇴근 시간의 교통 정체가 일상이고 최소 몇 만 명 이상의 인구가 살고 있다. 

미국의 도시 역사는 동부에서 서부로 이동해 간다. 미국 제1의 도시이자 초기 수도였던 펜실베니아는 의학과 상업의 중심지라는 이미지가 쇠락해 가고 있으며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시카고는 영화 속 갱들의 배경처럼 초기 유럽 이주 노동자들이 정착하기 시작했으며 노예 해방과 함께 대이동을 했던 흑인 노예들이 정착하고자 하는 목적지이기도 했다. 초기 발전 단계에서 미숙한 운영으로 결국 시카고는 호숫가에서 시작된 작은 다툼이 폭동이 돼 대규모 인종간 갈등이 발생해 사망자 38명, 부상자 537명이라는 가슴 아픈 인명과 큰 재산상의 손실을 보게 된다. 1919년 7월 시작된 불씨는 미시간의 물놀이에서 시작됐다.

당시만 해도 백인과 흑인의 구역이 정해져 있었으며 26번가까지는 백인전용, 25번가부터는 흑인 전용 호숫가였다. 당시 5명의 흑인 청소년들이 자신들도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26번가 쪽에서 수영을 하고 노는 도중에 한 청소년이 백인이 던진 돌에 맞아 사망을 하게 됐다. 공교롭게도 그 청소년의 사망 이후 29번가에서 산책하던 흑인 남녀가 25번가까지 돌아가는 번거로움을 피하고자 그 자리에서 미시간 호수로 들어가 수영을 했는데 이를 본 주변의 백인들이 이들을 향해 돌을 던지기 시작했고 사태가 심각해지자 흑인 청소년들의 신고로 흑인 청소년을 살해한 용의자를 찾았다.

하지만 흑인 경찰이 백인을 심문할 수 없다는 이유로 백인 경찰이 다시 오게 되고 백인경찰은 이 사건의 조사를 거부했고 흑인 한 명을 체포해버렸다. 결국 이러한 사건이 퍼져나가면서 백인과 흑인간 폭력이 발생하고 그때부터 폭력은 폭동으로 번져 나갔다. 결국 군대의 진압으로 강제 마무리는 됐지만 시카고의 인종 폭동은 미국 역사상 가장 처참한 사건의 하나로 기록된다.

당시 시카고의 흑인은 다른 지역과는 다른 정체성을 갖고 있었다. 그들은 노예 해방 이후 자발적 의지에 의해 이주를 했으며 노예생활을 경험하지 않은 2세들도 있었고, 마지막으로 1차 대전에 참전했다 돌아온 참전 용사들도 있었다. 당시만 해도 흑백분리주의에 의한 제도상 제재가 있음에도 이들이 조직적으로 저항할 수 있었던 근간이 된 것이다. 흑백갈등은 비단 시카고만의 문제도 아니다. 최근까지 이어지는 인종간 갈등은 미국 역사의 일부인 것이다.

이와 같이 미국 도시발전사에서 어느 도시든 인종간의 갈등과 부의 편중에 따라 주거지가 나눠지고 이는 결국 미국 사회의 경제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사회 불안정의 원인이 되고 있다. 심지어 영화로도 유명한 앨커트레즈의 경우 미국 인디언에 의해 점령(?)당하고 자신들만의 나라를 건립하기 위한 시도로 또 다른 미국이 갖는 갈등의 상징으로 부각됐다.

차별과 분리가 갖는 구분은 쉬운 선택이기는 하지만 결국 나중에 그만큼의 비용을 지불해야만 하고 우리가 나아갈 미래 도심에 대한 설계에서 반드시 고려해야만 하는 필수적 요인이다. 저자는 미국 도심의 발전사를 저술하며 우리에게 숙제를 부여한다. 미국이 갖는 내면의 이해를 통한 반복되는 실수를 하지 말라고.

저자 박진빈은 연세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펜실베니아 대학에서 미국 연방정부의 임대주택정책을 연구하고 2007년부터 경희대 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도시라는 공간이 가져온 다양한 관계 속에서 정체성에 대한 연구를 통해 우리에게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 준다. 책세상에서 2016년 초판이 발간됐다.

[기고자 소개]
이태윤
자유와 방임을 동경하고 꾸준한 독서가 아니면 지능이 떨어진다고 믿는 소시민이며 소설과 시에 난독증을 보이는 결벽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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