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세평 - 임준 프로매치코리아 상무이사

“의료기기산업의 인력확보 및 육성”

임준
프로매치코리아
상무이사

고령화시대에 있어 헬스케어산업 중에 핵심분야인 의료기기산업은 고부가가치 산업중 하나이다. 세계 의료기기 연평균 성장률은 2015년 기준 6% 대이며, 2016년 우리나라 시장규모는 세계 9위로 약 58억 달러를 기록해 세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7%로 나타났다.

고령화시대에 대비하고, 점차 증가하는 국내 의료기기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정부, 기업 등 경제 주체들이 성장하고 있는 의료기기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특히 정부는 성장에 중심을 둔 ‘의료기기산업육성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추진중이고, 의료기기산업 활성화를 위해 유관부처에서는 각종 정책적 지원, 규제의 개선, 기반기술 확보를 위해 정책적 방안을 쏟아내고 있다.

2010년 전후로, 국내 대기업들이 본격적으로 도래하는 고령화시대를 대비하고 의료기기시장의 성장성을 주시하고, 의료기기사업에 뛰어들었다. 또 수년 전부터는 국내 제약사들이 “의료기기는 10년 이상 시간이 소요되는 신약보다 개발 및 허가시간이 짧은데다가 곧 다가오는 고령화시대에 수요가 확대 될 것”을 전망하고 의료기기 산업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가며 사업다각화를 꾀하고 있다.

이런 인구학적 변화와 의료기기시장의 확대, 업계의 사업다각화는 의료기기 전문인력을 필요로 하지만 현재는 부족한 실정이다. 앞으로 의료기기분야의 전문인력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리라 예상되며, 인재 확보가 시장에서의 성공 열쇠가 될지 모른다.

2015년말 기준으로, 의료기기 제조업체는 2,992개이다. 올해를 기준으로 한다면 크게 증가했을 것이다.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가 7년 전인 2010년 ‘의료기기의 거래에 관한 공정경쟁규약’을 제정할 당시 조사한 자료를 보면 소규모 영세업체인 1인 회사 (One man company)를 포함해 의료기기를 취급하고 있는 유통업체는 전국에 3만 1천 여개가 있었다. 유통업체도 제조업체와 같이 현 시점에는 더 증가했으리라 본다. 이들 의료기기 제조업체, 유통업체도 사업 활성화를 위해 더욱 경쟁적으로 우수인력을 필요로 하고 있다.

이처럼 인력 수요는 많으나 절대적으로 우수한 인력의 공급이 적은 국내 의료기기산업은 이 산업에 후발로 진출하는 대기업과 기존 의료기기 전문업체 사이에서 갈등을 빚은 시기도 있었다.

대기업들이 의료기기산업에 첫발을 내딛을 때는“대기업들의 진출로 한국 의료기기 산업이 이제는 영세성을 벗어날 것”이라며 환영했던 중소업체들이 실상 대기업의 인력 빼가기. 특허분쟁 등 현실적으로 닥친 문제로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를 비롯해유관단체와 대응책을 고심한 적도 있었다. 최근에는 사업 다각화를 위한 후발 제약업체들의 의료기기시장 참여로 우수한 전문인재 확보에 대한 어려움은 심화되고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해외 기업도 경험있고 전문적인 인력 확보에 힘쓰고 있다. 중국 등 후발기업의 기술력이 대등해진 IT인력 시장과는 달리 의료기기를 포함한 헬스케어산업은 국내외에서 경력직 출신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과거에는 인력 확보 경향이 영업직 유치가 대부분이었는데 반해, ‘리베이트쌍벌제법’과 지난해 9월말 부터 시행한 ‘김영란법(부정청탁금지법)’의 영향으로, 지금은 연구개발(R&D), 품질관리(QC) 등 개발 및 생산 분야로 인력 선호 현상이 뚜렷하게 변화하고 있다.

국내 의료기기산업은 10%대 고도성장의 흐름에 맞춰 우수인력 확보를 위한 정책으로 바뀌어야 한다. 우리나라도 머지않아 일본처럼 고령화 단계에서 초고령화 단계로 급속도록 다가오고 있다. 아무리 좋은 정책을 입안하고 여러가지 지원을 해도 의료기기 사업의 활성화를 위해, 몸소 실천하고 달성하는 사람은 일선에서 의료기기 분야에 몸담고 있거나 향후에 몸담을 전문인재이다. 의료기기 분야에 우수인력 유치 및 육성이 없이는 성장의 한계가 명확하다. 따라서 국가에서 추진하고 있는 지원정책과 병행해 국내 산․학․연 등이 우수인력을 육성하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필자가 인력컨설턴트 활동을 통해 얻은 분석을 제안하자면, 우선적으로 수도권내 대학의 의공학과 설치가 필요하다. 국내 채용포털사이트를 보면 현재 의료기기산업에 종사하는 상당수 인원이 의공학과 이외의 출신이다. 의공학과를 졸업한 사람은 산업계의 요구 대비 극소수에 지나지 않다. 특히, 의료기기산업 종사자는 의공학 전공이든 아니든 일단 타분야 산업에서 경력을 쌓고, 업종 변환으로 결국 의료기기산업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다. 아울러 경력단절인 상태에서 의료기기업체로 구직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반도체산업, 디스플레이산업도 20여 전에는 인력문제로 인해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었지만 지금은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 우선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은‘반도체학과’,‘디스플레이학과’가 수도권 대학에 개설되고 인력을 배출했듯이 이제 의료기기산업 종사자들이 특수성과 차별성을 가지도록 우수 인재가 모일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한다. 최근의료기기 분야 전문대학원이 동국대학교, 성균관대학교에 개설됐지만 부족하다. 보다 적극적인 정책적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1980년대 말 디스플레이의 세계선도 기업에는 샤프, 도시바 등 일본 업체들이 대거 포진해 있었다. 하지만 2000년 이후 일본기업은 국내 LG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 등 후발주자에게 추월을 당했다. 전문가들은 일본이 우리나라에 세계 1위 자리를 내준 결정적인 이유는 장기 불황도 아닌 인력양성에 소홀했기 때문이라고 꼽았다.

우리는 2000년 초부터 디스플레이 관련 인재육성과 관련 정책방안을 수립해 산자부, 노동부, 교육부 등의 지원을 받아 6개월 이상의 장기과정(고부가가치인력 특별양성사업)으로 대학 교육을 하고 자격증을 획득하게 했다. 이를 통해 디스플레이 전공자들이 업체에 고른 취업이 이어졌으며 기업은 양질의 우수인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특히, 경험있는 현장인력이 대학강사로 나서고 학생들이 기업현장에 참여하는 인턴사원제가 활성화되면서 실무인력을 집중적으로 양성할 수 있었다. 이렇게 교육시스템, 높은 취업률, 인재 확보라는 선순환 구조로 자리잡으면서 디스플레이 시장의 성공신화를 기록하게 됐다는 평가이다. 이는 항상 필요한 인력이 부족한 의료기기산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성장기에 있는 의료기기산업은 현재 성숙기에 있는 타산업 부문의 인재육성 사례를 벤치마킹을 해볼 필요가 있다. 벤치마킹을 통해 인재육성과 관련해 잘 된 부분은 과감히 도입하고 의료기기산업 특성에 맞게 인재육성정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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